北, “한국 영화·드라마 안돼” 국경주민 TV채널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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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방영하는 한국 영화 겨냥
세대마다 돌며 채널 고정 확인

북한 당국이 일부 국경 지역 거주 주민을 대상으로 가가호호 TV 채널 검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영화·드라마를 통한 외부 정보 유입을 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18일 "요즘 회령시와 무산군, 온성군 등 국경 지역에서 주민세대를 대상으로 TV 집중 검열이 한창"이라면서 "매 세대 돌며 TV 채널 고정 상태를 확인하는 검열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달 초 회령시 안전부, 검찰, 당, 행정기관을 통합한 ‘82연합지휘부’가 시내 각 지역에서 TV 채널을 검열하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지역에서 중국에서 방영하는 한국 영화와 연속극(드라마)을 시청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기 때문으로 안다"고 알려왔다.

소식통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5년부터 북한 당국은 각 지역 중계소를 통해 방영하던 TV 시청 프로그램을 모두 유선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평양을 중심으로 교체 작업이 시작돼 2017년에 함경남도 이남, 평안남도까지 끝났지만 이후 설비 자재가 부족한 데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유선 교체를 일시 중단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유선이 설치되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는 숫자식 리모컨 TV를 통해 남한 영화를 시청할 수 있었고, 국경지역에서도 중국 전파를 이용해 남한 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숫자식 TV는 안테나를 이용하는 것으로, 이를 포착한 당국이 집집의 TV 채널을 고정했다"면서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고정해놓은 장치를 떼어내고 한국 영화를 계속 시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강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도 RFA에 "이달 들어 당국이 또 다시 국경 지역에서 TV 채널 합동검열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당국이 남한과 외부 영상물을 강하게 통제하지만 발전된 자유세계에 대한 주민들의 갈망을 끊어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일부 주민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TV 2대를 놓고 1대는 위에, 1대는 아래 탁자에 숨겨두고 몰래 외국 영화를 시청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한국 영화·드라마 등 외부 사조 유입과 유포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검열을 강화해 왔다. 그동안 주로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통한 정보 유입을 검열해 왔지만, 최근 TV 채널 검열로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