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탈북 2가족도 입증한 전단금지법 죄악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5-22 11:38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0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영환 통일미래기획위원, 국방부 정책자문 위원

지난 6일 심야, 북한의 어린아이를 포함한 2가족 9명이 낡은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한국으로 귀순해 왔다.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와 가혹한 주민통제를 견디다 못해, 자녀들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귀순했다고 밝혔다 한다. 아무리 인척 관계라도 서로 탈북 의사를 입에서 꺼내 실행하는 계획을 수개월 전부터 세우고 성공했다는 것은 참으로 기적이다.

그들은 왜 가족 친지들이 있는 그리운 고향 땅을 등지고 한국으로 왔을까?

지난 4월 중순, 필자의 북한 소식통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줬다. 괜찮게 사는 ‘돈주’(도매상)들도 멀건 죽으로 끼니를 에운다는 것이다. 돈주는 죽이라도 먹지만, 평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 주민들은 봄 풀이나 채소를 섞은 풀죽을 먹는 게 다반사라는 소식도 곁들였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10일창’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년 12월부터 새해 1월 사이에 각 지역과 각급 기업소 단위들은 다음 해 농사에 쓸 비료를 무슨 수단을 쓰든 구해야 한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책임자들은 구역 사회안전부 구류장에서 열흘 동안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체벌을 받는다. 그런데 올해는 비료가 아니라 식량을 구해 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책임자들이 10일창 처벌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올해 농사보다 지금 당장 먹고사는 일이 더 급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사회폭압정책도 이들이 탈북 귀순을 결심하게 된 동기 중 하나였다. 김정은은 취임 직후 “함경북도 무산에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다 보고하라”고 국가보위성에 지시했다. 북한 주민들은 당과 청년동맹 등 조직생활기관, 인민행정기관,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국방성 보위국 등 5중 6중의 감시 체제에서 살고 있다. 오죽하면 주민들 사이에서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 순사들보다 더하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끝으로, 강력한 ‘한류’의 확산도 귀순 동기가 됐다.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음악 등이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데 놀란 북한 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 문화어 보호법’ 등 악법들을 만들어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을 지녔는지 주민들을 불시 수색해댄다. 그러니 이번 탈북 주민들도 죽음을 무릅쓰고 남한행을 결행한 것이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나 물리적 충격이 아닌 외부, 특히 남쪽의 소식을 북한에 전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보다는 지도부와의 관계를 더 중시한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 금지법이라는 ‘김여정 하명법’까지 만들어 한국 소식의 북한 유입을 차단했고, 2019년에는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에 강제로 돌려보내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북송된 이들은 곧장 처형됐고, 북한 당국은 전국적으로 ‘탈북자들이 도망치면 남조선 당국자들이 잡아서 북으로 넘겨 엄중한 벌을 받게 하니 도망칠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는 강연회까지 열었다.

이번에 귀순한 가족들도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것을 알면서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악법 대북전단 금지법은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북한판 ‘보트피플’에도 대비해야 한다.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