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징용 배상금 20% 떼가는 약정, 시민단체가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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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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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단체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행태가 또 드러났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012년 10월 23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 5명을 상대로 배상금 일부를 떼가는 약정을 맺은 것으로 23일 보도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손해배상금·위자료·합의금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 받은 돈 중 20%를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모임에 기부한다’는 약정이다.

그게 과연 시민단체가 할 일인지부터 묻게 한다. 물론 시민단체에 대한 자발적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따른 징용 피해 배상금의 일정액을 내놓게 하는 약정 문서는 차원이 다르다. 피고 기업이 낸 배상금을 사건 수임인이 우선 받아서 20%를 시민단체에 주도록 명시한 것은 사실상 ‘기부 강제’와 다름없다. 민변 출신 수임인 대표인 이상갑 변호사는 “금전적 배상은 여러 지원 단체 공익 변호사들의 활동 결과로 얻게 되는 건데, 다른 공익 변론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지 돈을 나누자는 취지가 아니다”고 했지만,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시민단체의 공익 활동일지라도 징용 피해자들의 피눈물이 밴 배상금을 떼어 비용으로 쓸 일은 아니다. 재판 승소가 절박한 당사자들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해당 단체를 승계해 2021년 출범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그 약정을 이제라도 무효화하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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