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반도체 충돌 본격화… 초격차 확대에 사활 걸어야

  • 문화일보
  • 입력 2023-05-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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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를 놓고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 21일 미국 마이크론의 보안 우려를 내세워 구매 중지를 발표한 데 이어 22일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옹호했다. 미국의 대중 장비 수출 규제에 맞서 첫 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 상무부는 “중국의 근거 없는 제재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주요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정면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인텔·퀄컴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경제안보 동맹국’들에 대중 압박 동참을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

한국에도 비상 상황이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는 한국 업체, 구형 반도체는 자국 업체로 대체한다는 판단에 따라 마이크론 제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제재가 한국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볼 수 없다. 미국이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있었던 참이다.

더구나 미국의 반도체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까지 규제 대상이 됐고, 물밑 협상을 통해 일정 수준 이하의 업그레이드가 1년 유예 조건으로 허용됐지만 올 10월이 시효 만기다. 1년 연장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중국의 이번 보복으로 불투명해졌다. 중국 공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낸드플래시의 40%, 하이닉스는 D램의 50%와 낸드의 30%를 생산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들 공장에까지 불똥이 튀면 피해는 치명적이다.

한국은 동맹이냐 비즈니스냐의 시험대에 올랐다. 미·중이 협상으로 돌파구를 만드는 게 최선이지만 한국도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물론 동맹 강화가 최우선적 가치이지만, 경제는 현실이다. ‘모 아니면 도’식이어선 안 된다. 한국 반도체는 미국도 중국도 공급망 강화·재편에 필수다. 한국 반도체를 보호해야 양국 경제 모두에 도움이 된다. 단순한 양다리 걸치기가 아니라, 이런 긴밀한 경제 관계가 반도체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근원적으론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확대해야 미·중 모두로부터 계속 인정 받을 수 있다. 정교한 경제안보 외교를 펼치면서 기술 개발에 국가적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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