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금융범죄와 전면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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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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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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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경제부 부장

금융범죄가 판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라고 헌법 제1조를 바꿔야 할 판이다. 전세대출과 코인, 주식, 펀드 등을 둘러싼 각종 범죄 행위가 속출하고 있다.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나눠 주는 다단계식 ‘폰지’ 금융사기 기법이 비대면 시대 및 신종 시세조종 기법과 만나 진화하면서 피해 규모와 파장은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미래를 빼앗긴 것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젊은 피해자마저 속출한다.

두렵다. 우리나라가 피땀을 흘려 미래를 개척하는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로 전락하고 있는 전조인 것만 같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사기 대부분은 ‘금맹(金盲)’에 가까운 노인층을 겨냥한 ‘보이스피싱’이 다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생 역전을 노리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하는 투자)에 나선 젊은층과 중년층을 노린 경우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자산을 형성하고 주택을 마련하는 사다리가 끊겨 있다 보니 ‘한방’과 ‘한탕주의’ 인식이 저변에 확산하고, 이를 노린 범죄 행위가 독버섯처럼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젊은층이 결혼을 미루는 것도 지금과 같은 부실한 사다리로는 제대로 자산을 형성하고 자리를 잡을 수 없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금융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드러난 금융범죄의 피해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자산시장이 붕괴하고 시장 위기가 도래하면서 더 이상 ‘폰지 게임’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암수 금융범죄’의 전모가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전면적이고 압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범죄의 싹을 자르기 위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고액 금융범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중대금융범죄의 경우 청년과 서민의 미래와 가정까지 파괴할 정도로 파장이 큰 만큼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금융범죄는 재범 성향이 강하다. 사법 처리를 받아도 새 간판을 달고 새로운 피해자를 물색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이런 면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이 23일 한자리에 모여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근절 의지를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미봉책’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 기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을 아우르는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의 근간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 건전한 자산 형성을 위한 사다리가 살아 있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일확천금을 노리는 풍토도 사라질 것이다. 재산을 형성하기 위한 저축과 자산 투자, 주택 마련을 위한 청약저축 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도의 허점도 손질해야 한다. 전세사기 대출은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금융상품(청년 전·월세 대출)의 허술한 담보설정 평가를, 만연한 코인 범죄는 처벌 근거가 없는 법 공백 상황을, 대규모 하한가 사태를 야기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장외파생 금융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의 익명성과 레버리지(증거금의 2.5배까지 베팅) 효과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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