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고 받았다가 처벌받을라”… ‘규제의 역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5-24 11:53
  • 업데이트 2023-05-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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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노란봉투법 놓고 ‘고성’  2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를 시도하려고 하자 임이자(왼쪽 두 번째) 환노위 여당 간사와 지성호(〃첫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전해철(〃네 번째)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고, 김영진(〃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반박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기업 안전경영 리스크 되레 키우는 중대재해법… ‘규제의 역설’

내년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에
안전경영책임 계열사 넘기기도
처벌 만능에 기업들 부담 가중

野, 노란봉투법 직회부 단독의결


‘처벌 만능주의’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기업의 안전 경영 노력을 되레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처법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은 내년 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 와중에 야당은 24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야당발(發) 정치적 규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경영계에 따르면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모 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하고, 수시로 현장 점검도 실시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처법 위반 혐의로 타 그룹 회장이 기소되고 하청업체 사고로 원청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경영계 관계자는 “이 회사는 안전 관련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다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회장이 안전 경영 활동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계에도 오너나 CEO 처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현장에는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많아 안전 관리가 더욱 어려운데 중처법 적용 대상이 돼 대표가 처벌받으면 회사가 존립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처법만으로도 이미 기업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거대 야당은 이날 노란봉투법까지 본회의로 넘겼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고 “경제계가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임을 수차례 호소했음에도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안을 본회의로 넘긴 데 대해 민주당과 정의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노조법 개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반발했다.

김성훈·나윤석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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