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헌법 질서도 허무는 노란봉투법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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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4 11:38
업데이트 2023-05-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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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은 24일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따라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접 회부해 처리하기로 했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발의 초기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이다. 이 개정안은 노동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를 탄압할 목적으로 제기하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고나 해고자 복직 등과 같은 사안과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구조조정 등과 같이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조차도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하청업체 노조는 대기업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이나 파업도 할 수 있게 된다.

이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사용자의 범위가 너무 지나치게 확대돼 추상적인 사용자 기준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하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돼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재계는 노동쟁의의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노사 분규가 확산되고 기업의 경영 활동에 큰 타격을 주게 돼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개정안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막아 노동자 본연의 권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과 재계와 노동계의 시각이 서로 다르지만, 개정안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그 내용이 법 원칙에 합치되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의 문제는, 법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만 고려해 입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는 법리적 문제는 법률의 합헌성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에서 헌법상의 기본원리가 입법권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정한다고 했다. 즉,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할 때 헌법상의 기본원리와 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 문제와 불법 파업에서 민법상의 손해배상 법리를 적용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국회가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할 때 정치적인 견해가 과도하게 개입될 경우 법률의 정당성이 훼손되고 포퓰리즘 입법이 된다. 국회는 자의적으로 입법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국민 전체의 대표기관이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 입법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상이 아니다.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할 때는 헌법상의 제 원칙을 준수해야 함은 물론, 법률 간의 충돌도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처럼 노동계의 권리를 보장한다고 민법과 노동법의 제 원칙에 충돌한다면 다수당의 횡포이고 입법의 남용이다.

한쪽의 이익만 고려한 입법은 궁극적으로 입법권의 헌법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 버리게 한다. 더구나 다수의 힘으로 입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권을 오·남용하는 일종의 입법 독재다. 특정 이해관계만 고려해 전체를 보지 못하는 불균형적인 입법은 궁극적으로 헌법 질서를 훼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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