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의 삶과 글쓰기… ‘소설 같은’ 자전 에세이[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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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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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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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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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빠져나온 벼룩은 장딴지 털을 헤치고 기어오르면서 바지 속 세상을 만난다. 배꼽 우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지만 가까스로 빠져나와 셔츠 속 세상을 주유한다. (중략) 마침내 머리 꼭대기에 이른 벼룩은 머리카락 정글 속에서 헤매다 야생 머릿니 부족과 조우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8세에 쓴 첫 소설 ‘벼룩의 추억’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개미’와 ‘신’ 등을 통해 인간이 아닌 존재의 시선으로 인간을 그려내온 그의 독창적인 시각의 시작은 이 ‘벼룩’이 아니었을까?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그가 처음으로 내놓는 자전적 에세이다. 책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던 5세 꼬마 시절부터 예순을 넘긴 지금까지, 시간의 흐름대로 그의 일생을 짚는다.

지금의 그를 만든 지난날의 기록은 마치 모험이 가득하고 유쾌한 하나의 성장소설과 같은데, 읽다 보면 그의 삶이 곧 소설이고 소설이 곧 그의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와 인연이 깊거나 스치듯 만난 다양한 존재들, 이를테면 뉴욕 거리의 사기꾼, 영매 친구 모니크, 반려 고양이 도미노는 저마다 소설 속 등장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기자 시절 임사 체험을 취재하며 얻은 정보는 ‘타나토노트’가 됐으며 둘째 아들 뱅자맹을 돌보느라 잠 못 들던 수많은 밤은 ‘잠’으로 탄생했다.

특히 그를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린 ‘개미’의 탄생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8세 때 쓴 유리병 속 개미들의 탈출 시도 이야기가 ‘개미’의 첫 버전이라는 것부터, 욕조에 대형 개미집을 마련해 날마다 개미를 관찰했던 기행, 개미를 보러 떠난 코트디부아르에서 죽을 뻔했던 일 등 ‘개미’ 팬이라면 눈을 사로잡을 만 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 책의 원제 역시 ‘개미의 회고록’이었다.

매년 한 권 이상의 책을 쓰며 ‘성실한 천재’라고 불리는 그가 하루 일과를 소개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그는 오전 7시에 기상, 간밤에 꾼 꿈부터 기록해놓고 명상과 아침 식사를 한 다음 카페에 가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무조건 하루 열 장의 소설을 쓴다. 3시부턴 소설 이외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6시부터 7시까지는 짧은 단편 소설을 쓴다.

작가는 책을 마무리하며 결연히 다짐한다. “글을 쓸 힘이 있는 한, 내 책을 읽어 줄 독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쓸 생각”이라고. 그러니 우린 기대감을 안고 이렇게 물어봐도 되겠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라고. 480쪽, 1만88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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