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상 열어둔 건… 잡히지 않는 ‘근원물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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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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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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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 연간 3.3% 상승 전망
물가안정 목표 2% 달성 안갯속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근원물가가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근원물가가 연간 3.3%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 달성이 불확실해졌다. 시장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어 한은의 딜레마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6명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첫 번째 이유로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을 짚었다. 근원물가를 바라보는 한은의 속내는 복잡하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종전 전망치인 연 3.0%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고, 이번 회의에서는 근원물가 상승률을 3.3%로 상향 조정했다. 4월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4.6%로 1년째 4∼5%대로 나타났다.

근원물가가 높은 것은 물가 기조가 한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근원물가는 기상 변수나 국제정세 등에 의해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농산물·석유류 제품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다. 그런데도 근원물가가 높다는 것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번 오른 물가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 하방경직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인 것은 외식비와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식비는 전년 동월 대비 7.6% 올랐고, 외식비 이외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5.0%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와의 싸움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나 미 연방준비제도(Fed) ‘매파’ 위원들을 자극하고 있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9%로 2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으나 근원 CPI 상승률은 5.5%로 집계됐다. 한국에서는 이런 역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6∼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국제유가 인상분이 기저효과로 작용해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연말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크로스하면서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매파적 근거가 보강됐지만 짙어지는 경기 하강세에 현실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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