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아이 아파도 처방 못받는 전화상담만… 부모들 애탄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5-30 11:55
  • 업데이트 2023-05-3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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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비대면 진료 반발 경기도약사회,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의료 관련 단체들이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린 서울 서초동 서울국제전자센터 대회의실 앞 복도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으로 원격의료 업체만 이익을 본다고 비판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비대면 진료 시범실시 - ‘의원급 재진’ 제한적 허용

희귀질환은 병원급서도 비대면
초진자 의약품 재택 수령 가능
시범사업 첫 3개월은 계도기간

진료비 인상에 건보재정 악화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원칙은 국민의 의료 편의와 부작용 최소화로 설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대면 진료는 오진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재진 중심으로 하며,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다. 다만 휴일과 평일 야간(오후 6시∼익일 오전 9시) 등 의료공백 상황에서 소아환자들은 오진 우려를 이유로 비대면으로 초진을 받을 수 없게 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수가(의료 행위의 대가)를 대면진료보다 30% 높게 책정하자 비대면 진료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환자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는 6월 1일부터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 중심으로 시행된다. 3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비대면 진료는 다음 달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돼 감염병예방법상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 되자 정부가 법제화 전까지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초진의 경우, 또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제한적으로 진행된다.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병원에 오가기 힘든 섬·벽지 환자,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등이다. 병원급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 대상은 해당 병원에서 1회 이상 대면진료를 받은 희귀질환자, 수술·치료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한 환자다. 진료방식은 환자·의사가 상호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화상통화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스마트폰이 없거나 65세 이상 노인 등 화상통신 사용이 곤란한 환자들은 음성전화로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진료 시 의사는 반드시 의료기관에 있어야 한다. 마약류, 발기부전 치료제 등 오·남용 의약품은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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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을 둘러싼 여러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평일 야간과 휴일 등 의료공백 상황에서 비대면 초진이 허용되지 않아서다. 소아는 자신의 상태를 성인들처럼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워 1번 이상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절충안으로는 비대면 상담이 마련됐다. 의사에게 상담을 받은 후 해열제 복용 등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응급실 내원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어 의학적 상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비대면 초진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심각 단계 비대면 진료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소아·청소년 환자의 비대면 초진율은 9.6%인 반면 도서벽지 환자 초진율은 5.2%에 불과했다. 소아 환자의 휴일·야간 초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초진 허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다.

비대면 진료 수가가 대면진료보다 30% 높게 책정된 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등은 비대면과 대면 진료 수가가 같다. 비대면 진료 수가는 기본 진찰료와 약제비에 ‘시범사업 관리료’를 가산하는 방식이다. 관리료는 진찰료의 30% 수준이다. 안전성과 효용성이 떨어지는 비대면 진료의 높은 수가가 환자 의료비를 늘리고, 플랫폼기업과 의료기관의 수익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대면 진료비 보다 높은 비대면 진료 수가에 대해 “재평가를 통해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적절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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