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이 선관위원장 ‘60년 관행’ … “법대로 호선을”

  • 문화일보
  • 입력 2023-05-30 11:51
  • 업데이트 2023-05-3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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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3권분립 어긋나”

중앙선거관리위원 9명 구성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 3명씩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해와
17개 시도 위원장도 현직판사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묘한 표정의 선관위원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0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은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박윤슬 기자



이른바 ‘아빠 찬스(자녀 특혜 채용)’와 ‘해킹 논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부실 운영의 중심에는 60년간 이어져 온 현직 대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비상근)이 한몫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물론, 17개 시·도 선관위 위원장도 모두 현직 판사들이 맡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인 선관위와 법원의 ‘삼권분립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정권에 따라 위원 구성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선관위원 임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관위원장을 법관이 맡는 건 삼권분립 침해 소지가 있다”며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 사법부 구성원이 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은 재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 위원 임명을 두고 정부와 국회를 믿을 수가 없으니 사법부에 많은 역할을 준 것인데, 법관이 위원장을 맡는 건 근본적으로 권력분립의 원리와 맞지 않고, 경험적으로도 사법부가 한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법관이 아닌 외부에서 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삼권분립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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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창설된 1963년부터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아무런 관련 규정이 없지만 60년 동안 관례로 이어져 왔다. 헌법 제114조 제2항은 ‘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대법관이 줄곧 선관위원장을 맡아 왔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위원으로 임명된 후 호선 절차를 밟아 위원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줄곧 선관위원장을 맡은 것에 대해서는 “관례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헌법 전문 변호사는 “권력분립 원리에 뒤따르는 주된 내용이 삼권 간의 겸직 금지”라며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해야 할 법관이 법원이 아닌 다른 행정기관의 장을 겸직하는 것이 합당한지부터가 의문”이라고 했다.

근본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선 선관위 위원 임명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위원 임명 방식으로는 압도적 다수가 친정부 인사들로 구성되기에 중립성이 깨진다”며 “새로운 임명 방식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완·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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