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2016년 변호사 경력채용, 엉터리 평가로 합격·탈락 바뀌어

  • 문화일보
  • 입력 2023-05-3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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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 서류심사를 2명이 분담
평가기준 미달인데 점수 부여


고위직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6년 11월 선거행정 분야에 변호사를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고자 경력경쟁채용시험을 진행했을 당시 서류전형 시험위원으로 위촉된 선관위 직원들이 서류심사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이유로 ‘품앗이 평가’를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로 인해 합격해야 할 응시자는 탈락하고, 탈락해야 할 응시자는 합격하는 황당한 결과가 초래됐다.

31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9년 기관 운영의 건전성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4년 만에 선관위를 상대로 기관운영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감사원은 선관위가 2016년 단행한 ‘제9회 경력경쟁채용시험’에 주목했다. 당시 선관위는 변호사 자격 소지자 행정주사(6급) 5명을 채용할 계획이었고, 당시 총 30명이 응시했다. 문제는 서류심사에서 발생했다. 당시 선관위 사무국장 A 씨와 선관위 직원 B 씨는 경력경쟁채용시험 서류전형 시험위원으로 위촉돼 응시자 30명에 대한 응시요건 적격심사와 서류심사를 시행했는데, ‘시간 절약’을 이유로 서로 절반씩(15명) 나눠 평가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응시자 모두에 대한 정량적 평가(응시자의 법률 분야 실무경력, 외국어 능력, 사무관리 자격증 등)를 평가해야 했으나, A 씨는 B 씨가 평가한 응시자 15명에 대한 점수를 기재한 용지를 건네받아 B 씨가 평가한 점수를 그대로 옮겨 적었고, B 씨도 A 씨의 채점표를 건네받아 자신의 채점표에 그대로 기재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와 B 씨는 실무경력 점수 산정 시 한 응시자의 실무경력이 9개월이라 평가 기준(1년 이상 5점)에 미달하는 데도 점수를 부여했다. 또한 한 응시자는 이력서에 토익(TOEIC) 875점을 취득한 것으로 기재했지만, 이를 증명할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0점이 아닌 5점을 부여했다. 이러한 엉터리 평가로 응시자 5명의 점수가 뒤엉켰다.

당시 감사원은 보고서에 “15명씩 나눠 평가하면서 각각 상대방이 평가한 점수를 확인하지 않고 서류전형 평점표에 그대로 옮겨 적어 응시자의 실무경력 점수와 외국어 능력 점수를 잘못 부여했으며 잘못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합격해야 할 응시자 1명은 탈락했고, 탈락해야 할 응시자 2명은 합격했다.

당시 감사원의 지적에 선관위는 “경력채용시험에 관한 점검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선관위에선 “점검위원회 설치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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