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압박’ 효과봤던 중국, 한국에만 전랑외교 노골화

  • 문화일보
  • 입력 2023-06-12 11:57
  • 업데이트 2023-06-1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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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對韓 강공외교 왜

지정학 약점·中경제 의존 활용
공동대응 이웃 없었던 점도 영향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올해 들어 한동안 온건한 ‘소면호’(笑面虎·웃는 호랑이) 외교 정책을 보이며 수위를 조절하던 중국이 한국을 향해서는 연일 ‘전랑(戰狼) 외교’의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호주와도 관계 정상화에 나서면서도 한국에는 계속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대만 문제’에 강도 높은 발언을 하고 공급망 등에서 미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한국을 본보기로 삼기 위해 집중적으로 때리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중국 외교부는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가 전날 정재호 주중대사와 ‘약견’(約見·약속을 하고 만남)해 한국 측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야당 대표가 교류한 것에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교섭을 제기하고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싱 대사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등 정부를 겨냥한 강경 발언을 했고, 외교부는 그를 초치해 내정간섭에 해당하는 발언이라며 항의했다. 지난 4월 20일에도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에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외교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한·미·일 3국 공조 움직임에 중국이 견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북한과 인접한 데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최근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칩4) 등에 참여하는 등 친미 성향을 뚜렷하게 보이자 경고 수위를 상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정부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당시 한한령 등으로 압박 효과를 봤던 점도 최근 움직임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역시 지난 정부에서 일본과 거리를 두면서 유럽과 달리 중국의 압박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이웃 협력국을 두지 못한 점도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다만 경제적 보복 카드가 소진되자 강경 발언을 통해 한국을 겁박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현지 언론들도 한국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짜놓은 전략적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은 미국의 단순한 추종자가 아니라 대중 최전선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선전(深圳)위성방송 산하의 인터넷 매체 즈신원(直新聞)은 “(한·미 협력 강화는) 악마와의 거래로 파멸 전에 짧은 즐거움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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