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사표내자 이름만 알던 선배가 전화해 밥 사주며 만류… 그 분이 윤 대통령” [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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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 박 장관과 윤 대통령

외교관· 검사·정치인 이색 경력
윤 대선때 전략기획실장 활약도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외교관에서 특수통 검사,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이 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박 장관은 1988년 22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 사무관으로 잠시 근무했지만, 곧 그만두고 1993년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외교관이 박 장관의 적성이나 스타일에 맞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박 장관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교부에서 사표를 쓴 이유는 사투리 때문에 영어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이후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6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11년간 검찰에서 근무했다. 검사 시절 오일게이트 등 대형 사건을 맡아 활약했고,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 당시 주임검사를 맡아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특유의 저돌적 돌파력으로 ‘불도저 검사’란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법조 비리 사건에 연루된 법조계 선후배들을 구속하면서 심적 고통을 받은 것은 검찰을 떠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도 2006년 사표를 쓸 무렵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별다른 친분 없이 이름만 아는 사이였는데, 평검사 신분의 윤 대통령이 대뜸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더니 서초동의 한 중식당에서 “내가 사표를 쓰고 변호사를 해 봤는데 바깥 생활이 맞지 않았다”며 검찰에 남아 있으라고 만류한 것.

박 장관은 의원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당시 국정원 특별수사팀장)에 대해 “윤석열 지청장은 제가 아는 한 최고의 검사”라며 SNS를 통해 옹호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여권 의원으로서 결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사를 그만둔 뒤 정계에 입문한 박 장관은 2008년 18대 총선 부산 북구·강서구갑에서 당시 현역 정형근 의원을 제치고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지만, 2016년과 2020년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밀려 연거푸 떨어졌다.

2021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자 경선 캠프에 합류해 기획실장을 맡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됐고, 보훈처가 보훈부로 승격되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 5일 장관으로 임명됐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