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 차고 천연비누 만들고 보드게임… “우린 어린이 놀이 기획단”[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문화일보
  • 입력 2023-06-29 08:55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 서구 월평종합사회복지관의 마을어린이놀이기획단 ‘노라보라’에 참여한 아동들이 지난해 9월 1일 청산어린이공원에서 열린 ‘제2회 팝업 놀이터’에서 천연 비누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대전 월평종합사회복지관 ‘노라보라’ 프로젝트

팬데믹때 잃은 ‘놀 권리’ 찾기
초등생 12명이 기획회의 열어
동네 ‘팝업놀이터’ 만들기 나서

전통놀이·분필드로잉 등 행사
호응 속 주민 놀이잔치로 확대
200여명이 참여해 즐기기도


“‘노라보라’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놀기 좋은 시설이 무엇일지 회의하고, 그 내용을 대전 서구청장님께 전하러 간 것이 기억에 남아요. 우리 덕분에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뛰놀 수 있는 마을이 된 것 같아 뿌듯했어요.”(옹선·13) “우리가 함께 놀이터를 만들고, 또 운영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친구들과 서로 알아가면서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했어요.”(김하은·13)

29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이 학생들은 지난해 7월 7일, 대전 서구 만년뜰작은도서관에서 초등학생 12명이 참여한 ‘팝업 놀이터 기획 회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갈마동·월평동·만년동 등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이날 머리를 맞대고 우리 동네에서 ‘팝업 놀이터’를 꾸민다면 어떤 주제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지 등을 이야기했다. 월평종합사회복지관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획한 마을어린이놀이기획단 ‘노라보라’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노라보라는 아이들의 생각으로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노라보라 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8개월 여에 걸쳐 △아동 대상 권리 교육 △팝업 놀이터 개최 △아동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정책 제안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노라보라 프로젝트를 주관한 월평종합사회복지관은 먼저 아이들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잃어버린 ‘놀 권리’를 가르치는 데서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를 강사로 초빙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대해 교육받고 아동의 놀 권리를 증진, 실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이 서로 가까워진 상태에서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감정 카드놀이, 조별 활동도 했다.

친해진 아이들은 의기투합해 팝업 놀이터 만들기에 나섰다. 7월 21일 청산어린이공원에서 개최한 첫 팝업 놀이터에서는 투호 놀이, 제기차기, 공기놀이 등의 전통 놀이를 하는 장을 마련했다. 걱정 인형 만들기, 분필 드로잉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9월 1일 열린 두 번째 팝업 놀이터에서는 전통 놀이에 천연 비누 만들기, 젠가 등 보드게임이 추가됐다. 두 번째 놀이터에는 노라보라 프로젝트 참여 아이들뿐만 아니라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 아이들도 참여해 함께 즐기는 시간이 마련됐다. 10월 27일 열린 세 번째 놀이터에서는 핼러윈을 맞아 포토존과 타투 스티커 붙이기 등의 코너가 추가됐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노라보라’에 참여한 아동들이 지난해 9월 1일 만년뜰작은도서관에 모여 ‘제3회 팝업 놀이터’의 기획 회의를 하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팝업 놀이터는 노라보라 프로젝트 아이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았다. 지역 아동센터와 복지센터, 아동권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력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보다 확대된 ‘권역 팝업 놀이터’를 시도했다. 이름도 ‘우리함께 노라보자’로 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지역 주민들이 즐기고 참여하는 놀이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 결과 10월 12일에는 189명, 11월 8일에는 159명, 11월 23일에는 200명이 놀이터에 참여했다.

11월 3일에는 그간의 성과를 모아 ‘어린이 원탁회의’도 열었다. 아이들이 그간 팝업 놀이터를 진행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고 직접 수행한 동네 놀이 환경 조사 내용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동네놀이 환경 조사를 통해서 우리 동네에 어떤 놀이 공간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도 이야기 나눴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김주원(12) 아동은 “놀이터를 돌아다니면서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애 친구들까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상상해보는 작업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나온 내용은 ‘정책 제안서’로 정리돼 서구청, 서구의회, 주민자치회 등 관련 단체에 전달됐다.

월평종합사회복지관에서 노라보라 프로젝트를 담당한 박민아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원하는 놀이터를 꾸며보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놀 권리에 대한 권리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면서 “올해도 노라보라를 통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