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사드 환경평가 회피·은폐는 중대 범죄

  • 문화일보
  • 입력 2023-06-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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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국 참외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경북 성주에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됐을 때, ‘사드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한다’ ‘성주 참외는 전자레인지 참외가 될 것이다’라는 괴담들이 넘쳐났다. 실제로 이러한 괴담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여론 형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수 인순이의 노래 ‘밤이면 밤마다’를 개사해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라고 개사해 부르면서 사드 전자파를 무서운 괴물처럼 선동했다. 이 때문에 성주의 참외 재배 농가는 막대한 손실을 봤고, 성주 주민들의 반대 투쟁은 더욱 거세졌다.

그런데 사드 배치 후 6년 만에 나온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드의 전자파는 측정 최댓값이 인체보호기준의 530분의 1로 무의미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특히, 레이더로 인한 우려가 제기된 전자파는 ‘사업지구 안팎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인체보호기준 만족’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많은 사람이 괴담에 선동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 내내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방치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기지 조성 사업자인 국방부가 협의회를 구성해 환경부와 평가항목 등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하는데, 환경부는 지난 5년간 국방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문 정부는 2018년 3월부터 4년간 측정한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유해기준치의 2만분의 1(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는 국방부 보고를 받고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문 정부의 국방부가 이런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와 과정은 앞으로 조사 및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일단은 ‘성주 주민들의 반대’를 변명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사드 배치뿐만 아니라 기피 시설 설치 등 대부분의 국책사업은 주민 반대가 뒤따른다. 하지만 주민 반대를 이유로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방기한다면 어떠한 국책사업도 진행할 수 없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법 등 관련 법률은 주민설명회·공청회 등의 개최가 주민들의 저지 또는 방해로 무산되면 홈페이지 게시, 온라인 설명회 등의 보완적 방법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환경영향평가 자체에 대한 의지와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사드 배치를 두고 확인되지 않은 괴담으로 국민이 분열되고 불안해할 때 이를 불식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내놓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그 절차마저 고의로 뭉개고 지연시켰다면 이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중대한 범죄다.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된 전모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검찰 수사도 해야 한다. 또한, 당시 괴담 유포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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