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의 시론]오염수 선동 안 먹히는 3가지 이유

  • 문화일보
  • 입력 2023-06-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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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가장 성공한 선동 광우병 사태
野 선거 3연속 지고도 또 괴담
혁신보다 손쉬운 오염수 선택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에 당혹
학습효과로 국민 판단도 성숙
전문가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


‘뇌 송송 구멍 탁’.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이 여섯 글자의 위력은 대단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난다는 것인데 2005년에 나온 ‘파송송 계란탁’이라는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이 구호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호소력을 가졌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어느 여배우의 발언도 매우 선동적이었다. MBC ‘PD수첩’이 방영한 광우병 관련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없다. 젖소들이 푹푹 쓰러지는 장면은 100마디의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야당이 앞장서고 공영방송과 좌파 시민단체 900여 개가 합작한 광우병 선동은 근래 가장 성공한 선동으로 기록될 것이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반박하려면 수십 권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한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이론이 100% 효력을 발휘했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이명박 정권은 광화문으로 몰려나온 군중의 위력에 눌려 ‘항복 선언’을 할 정도로 완패했다. 정권교체로 의기소침했던 좌파 진영은 광우병 사태로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이런 ‘성공의 기억’ 때문일까. 보궐선거, 대선, 지방선거에 3연패 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어려운 개혁·혁신 대신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를 부각해 반일 감정을 부추기면 손쉽게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래서 선동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오염수 선동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보니 당내에서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선동의 달인’들이 뛰고 있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장외집회를 매주 열고 서명운동, 현수막 부착, 단식 등 안간힘을 써도 분위기가 뜨지 않자 이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태평양 연안국에 서한을 보내 공동 보조를 호소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믿을 수 없다면서 이젠 유엔에 가서 시위라도 할 태세다. ‘BTS 보유국’ 대한민국의 제1당이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해외토픽감 뉴스를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야당과 좌파 단체들의 선동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학습효과(studying effect)다. 천성산 도롱뇽, 제주 해군기지 붉은발말똥게, 광우병, 사드 전자파 참외 등 지난 20년간 일부 환경단체와 민주당이 주도한 선동의 결과는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지금도 도롱뇽과 말똥게는 잘살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액이 1조 원에 달한다. 성주 참외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광우병 선동으로 본 손해액은 3조7000억 원이나 된다. 모두 국민 부담이라는 사실이 더는 선동에 속지 않는 시민의식의 배경이 됐다.

둘째, 전문가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광우병 때만 해도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했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 같은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했고, 좌파 연예인이 대거 동조했다. 선동이 제대로 먹혔다. 그러나 이번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광우병 사태 때 앞장섰다 입장을 바꾼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운동권으로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함운경 씨 등이 나서 허구성을 전문가적 시각에서 지적하고 있다. IAEA 같은 국제기구가 조사하는 점도 영향이 있다.

셋째, 정부가 후쿠시마 문제에 대해 일일브리핑을 하며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 시찰단이 직접 현장에 가 조사를 했고, 인근 해역에서 방사성 물질을 계속 관측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괴담의 확산을 막고 있다. 지난 2011년 사고 당시 아무런 정화 장비 없이 오염수가 배출됐는데 지금까지 우리 해산물에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얘기는 없다.

문재인 정권 때도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가 생태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정권이 바뀌자 마치 국민이 ‘핵 폐수’를 마시는 것처럼 선동하는 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이다.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자 이 대표는 “다행이네요”라며 한마디로 넘겨 버렸다. 후쿠시마 문제도 몇 년 뒤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이 드러나면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무심코 정치권이 던진 돌에 어민들과 횟집은 맞아 죽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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