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 단백질 조절해 ‘뇌 신경전달’ 정상화… 자폐 치료 길 텄다[Science]

  • 문화일보
  • 입력 2023-08-16 09:17
  • 업데이트 2023-08-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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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하안송 기자



■ Science - 기초과학연, 뇌 질환 ‘ADNP 증후군’ 병리기전 밝혀

자폐, 지적장애·불안 등 동반
자기에 몰두 사회적 교류 못해
유전·환경 등 원인 아직 몰라

단백질에 인산화 억제제 처리
시냅스 가소성 회복에 효과적


뇌가 앓는 병 가운데 자폐(autism)는 자기 내면에 매몰돼 타인과의 사회적 교류에 이상이 생기는 병증이다. 자폐증 연구 초기에는 양육의 후천적 요인이 강조돼 부모들에게 큰 고민을 안겨줬으나 유전적 결함 같은 선천적 요인도 발견돼 자폐 스펙트럼이란 넓은 시야로 진단과 치료의 범위가 확장되는 중이다.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해 뇌세포가 발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뇌의 연결 이상, 특히 과도한 시냅스(synaps, 뇌세포 연결 통로) 생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유전적 요인 중 자폐를 포함한 다양한 뇌 발달 장애를 유발하는 뇌 질환인 ‘ADNP 증후군’의 병리기전을 밝혀냈다. ADNP 증후군은 23쌍의 인간염색체 중 20번 염색체 위에 위치한 ‘활동 의존성 신경보호 호메오박스(activity-dependent neuroprotector homeobox)’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신경발달 장애를 일으킨다. 지적 장애, 언어 및 운동 지체, 자폐 등 다양한 증상을 발생시킨다.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헬스무르텔-반데르아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은 높은 빈도로 자폐증을 유발하는 ADNP 유전자의 결손이 어떻게 자폐 증상을 포함한 ADNP 증후군을 유발하는지 그 병리 기전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과학(Molecular Psychiatry)’에 6월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자폐증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저하와 반복 행동의 증가 외에도 지적 장애, 과잉 행동, 불안 장애 등을 동반한다. 유병률이 전 세계적으로 2.8%(36명 중 1명)에 달해 자폐증의 원인 규명과 치료법 발견이 절실하지만 유전적 요인 및 환경적 요인, 뇌의 기능 이상 등 보고 사례는 많으나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 1000개 이상의 다양한 유전자 중에서도, ADNP는 높은 빈도로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ADNP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자폐증 외에도 언어 및 운동 지체 등 다양한 뇌 발달 장애를 유발하는데, 이를 통칭해 ADNP 증후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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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단장 연구팀은 ADNP 결손 생쥐 모델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흥분성과 시냅스 기능의 변화를 확인하고 전사체(轉寫體) 및 단백체 분석, 전기생리학적 분석 등으로 ADNP 결손 시 나타나는 자폐 관련 증상의 원인을 밝혔다. 연구결과 ADNP 결손 생쥐는 기억력 및 사회성 감소, 불안 장애 증가 등 다양한 자폐 유사 증상을 보였으며, 신경전달의 일종인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 과도하게 증가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시냅스 가소성이란 신경세포 간 정보가 전달되는 장소인 시냅스의 활성 정도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는 성질을 말한다. 시냅스의 연결 강도는 자극에 의해 강화될 수 있으며, 강화현상이 장기간 유지되는 현상을 ‘장기 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라고 한다. 시냅스 가소성의 과도한 증가는 흥분성 시냅스의 형성, 신호 전달 등을 조절하는 CAMK2라는 시냅스 효소 단백질과 그 기질 단백질들의 과도한 인산화가 원인임을 발견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이 CAMK2에 인산화 억제제(KN-62)를 처리했을 때 시냅스의 신경전달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CAMK2의 과인산화가 ADNP 결손 생쥐에서 보이는 과도한 신경전달 및 자폐 관련 행동을 유발함을 나타내며, CAMK2의 활성 억제가 자폐 및 ADNP 증후군의 새로운 치료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은준 단장은 “자폐증의 핵심적 특징인 인지적 경직성이 ADNP 결손 생쥐 모델에서도 확인됐다”며 “이번 연구는 CAMK2 단백질의 인산화 억제를 통한 시냅스 가소성 회복이 ADNP 증후군과 자폐 증상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CAMK, 즉 칼슘·칼모듈린 의존 단백질 인산화 효소(Ca2+/calmodulin-dependent protein kinase)는 인산화된 단백질을 만드는 단백질 효소로, 세포에서 다양한 생리적 과정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물질로 작용한다. CAMK2는 자가 인산화 또는 다른 시냅스 단백질에 결합해 활성을 유도함으로써 시냅스 가소성을 조절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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