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재도입’ 땜질 접고 치안 대책 근본 재정비 나설 때[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8-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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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와 윤희근 경찰청장이 ‘의무경찰제도 재도입’ 검토를 밝힌 사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묻지 마 범죄와 흉악 범죄가 빈발하면서 치안 불안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의경 부활은 현장 인력을 손쉽게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의경 폐지의 배경이었던 군 병력 자원 부족은 더 심각해졌다. 국방의 의무를 치안 보조로 편법 활용하는 것은 위헌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폐지된 정책을 금방 되살리는 것도 모양이 나쁘다. 국민 입장에서는 경찰이 치안 불안에 대한 책임 통감보다는 그것을 핑계로 인력을 확충하려는 꼼수로도 비친다.

한 총리는 23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경찰 조직을 재편해 치안 역량을 보강하겠다”면서 “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배석한 윤 청장은 “범죄·테러·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면서 “7500∼8000명 정도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 조직 개편이 의경 재도입을 의미한다면 한참 빗나간 발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 총리와의 회동에서 “수사는 인력이 많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고, 경찰의 기본 업무는 현장 치안”이라며 “치안 중심으로 경찰 인력 개편을 추진하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인력의 정예화·효율화가 필요하고, 사무실 인력이 많은 구조적 문제 등을 개선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국방부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발표한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과 의경 폐지 과속에 따른 부작용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경찰관 수가 249명(2022년)으로 미국·일본과 별 차이가 없다. 일선의 순경·경장보다 내근하며 지휘하는 간부가 더 많은 비정상적인 인력 구조도 문제다. 수사권 조정을 시정함으로써 경찰의 주요 업무를 사후 수사가 아닌 예방 치안에 두는 방향도 검토할 때다.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탁상공론의 땜질 발상은 접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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