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1심만 38개월·윤미향 29개월… “지연된 정의, 정의 아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1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착석해 있다. 왼쪽은 조재연·오른쪽은 박정화 전 대법관. 연합뉴스

■ 김명수 코트 6년과 차기 대법원장 과제 - (3) 점점 악화되는 재판지연

‘민사 5개월·형사 6개월 선고’
法규정 됐지만 1년이상 다반사

접수부터 선고까지 지체 증가
5년간 민사평균 146→177일

‘재판쟁점 다양화’원인 꼽지만
판사 ‘웰빙 문화’확산도 한몫
“대법, 대응 않고 대책도 없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부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재판 지연 문제는 점점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형사 사건은 2~3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2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접수 후 1년이 넘도록 선고가 나지 않은 미제 사건(1~3심)은 민사 6만4387건, 형사 2만759건으로 총 8만5146건에 달한다. 2021년 민사 5만9793건, 형사 1만8920건이 미제 상태였던 것에 비해 각각 4594건, 1839건씩 늘었다.

사건의 접수부터 선고까지 걸리는 시간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 법원 민사 본안 사건 1심의 경우 2018년 평균 146.3일이 걸렸지만 2022년엔 177.6일로 5년 만에 31.3일 늘었다. 항소심도 같은 기간 235일에서 324.2일로 89.2일이나 증가했다. 형사 사건 1심은 2018년 평균 134.9일이 걸렸지만 2022년에는 180.4일로 45.5일 더 걸렸다. 이 기간 항소심은 140.8일에서 216.6일로 75.8일 늘었다.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난 이유는 재판 쟁점의 다양화, 판사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추구 경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워라밸 문화와 관련, 저연차 판사들이 매달 판결문을 주 3건씩, 3주 동안 총 9건을 작성하고 마지막 한 주는 쉬어가는 이른바 ‘3·3·3 캡’ 등의 ‘웰빙 문화’가 조성했다는 말이 나왔다.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행정처 근무 판사 최소화 등도 재판 지연을 심화시킨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재판 지연 문제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지만, 대법원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며 “신임 대법원장이 가장 주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주요 사건은 기록적인 지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2019년 12월 말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지난 2월에야 1심 선고가 내려졌다. 1심만 3년 2개월이 걸린 것이다. 초기 재판을 담당하던 김미리 부장판사가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가 담당했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판도 3년 7개월째 1심을 진행 중이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됐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1심 재판은 2년 5개월 만에 선고가 나왔다.

현행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민사소송의 경우 1심과 항소심 모두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5개월 내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형사소송의 경우 소송촉진법이 정한 특례에 따라 1심은 6개월 내, 항소심은 4개월 내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소장을 접수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국 변호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중 88.9%가 최근 5년 사이 재판 지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