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안해진 물가와 더 심각해진 ‘불황형 저성장’[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5 11:35
프린트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를 기록했고, 8월 소비자물가는 3.4% 상승했다고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5일 각각 발표했다. 2분기 성장은 한마디로 ‘무늬만 플러스’라 할 수 있다. 가계부채 원리금 부담 등으로 민간소비가 0.1% 줄었고, 코로나 지원 중단 등으로 정부 소비도 2.1% 줄었다. 전체 GDP 성장률을 힘겹게 플러스로 돌려놓은 결정적 요인은 순수출 증가다. 수출이 0.9% 감소했으나, 수입이 원유·가스를 중심으로 무려 3.7%나 줄어든 덕분이다. 이런 ‘불황형 저성장’은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이 다시 배럴당 85∼90달러로 치솟으며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중국 경제 부진에 따른 하방 압력까지 겹치면서 올해 1.4% 성장률 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심각한 불안 요인은 물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부터 둔화하다가 7월에 2.3%까지 내려갔으나, 급반등으로 바뀌었다. 폭염·폭우 등으로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5.4% 상승했고, 생활물가지수도 3.9% 올라 추석 물가를 위협한다. 물가 기조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역시 3.9% 상승,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하반기 들어 지난해 기저효과는 사라진 지 오래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국내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연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한은의 예측은 이미 빗나가 버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이후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3% 밑으로 내려간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가 유일하다”고 했지만, 그런 자신감도 밑동부터 흔들리게 됐다. 그렇다고 불황형 저성장과 가계부채 리스크를 감안하면 함부로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거시경제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더욱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