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또 급등… 물가 못 잡으면 국민경제 흔들린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7 11:43
프린트
국제 원유 가격이 7일 올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서 다시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진다. 힘겹게 유지 중인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까지 위험해졌다. 이번 유가 급등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러시아가 하루 3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하겠다는 발표에 자극받은 것이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등 대규모 건설을 위해 80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희망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도 전비 충당을 위해 고유가에 목을 매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세계 주요국들은 2차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추가 금리 인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고금리와 긴축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에너지의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3.4%로 급등한 8월 소비자물가는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넘었고,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도 10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제수용 사과인 ‘홍로’ 10㎏ 도매가격이 7만 원으로, 지난해 두 배가 넘는 등 추석 물가마저 들썩인다.

유류 수입이 늘면 무역 흑자도 위협받는다. 8월 무역수지 8억7000만 달러 흑자는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47% 급감한 게 결정적이었다. 환율 불안 등 다른 거시경제 환경도 당분간 악화할 전망이다.

이번 유가 급등은 1년 전보다 더 악성이다. 중국 경제 부진 등 세계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비용 상승(cost push) 인플레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또, 미국과 사우디가 사실상 통제해온 국제 유가가 이제 사우디(점유율 12%, 세계 2위)와 러시아(11%, 3위)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로 변했다. 한국에는 외생변수인 고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계부채 부담과 경기 침체로 금리 인상 등 정책 수단마저 제한돼 있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물가를 못 잡으면 민심이 나빠지고, 국민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윤석열 정권에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적(敵)은 야당이 아닌 물가일 가능성이 크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