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 거래 현실화 땐 러시아를 ‘준적국’ 검토해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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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국 러시아와 최악 독재국 북한의 ‘무기 거래’가 임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곧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갖는다. 그 뒤에는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후속 회담도 예정돼 있다. 회담 결과가 어느 정도 투명하게 발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한 막후 합의가 있을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정은은 포탄 생산책임자인 조춘룡 군수공업부장, 군사위성을 담당하는 박태성 우주과학기술위원장 등을 대동, 러시아에 절박한 포탄 등을 건네는 조건으로 핵·미사일 첨단 기술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근원적 문제는 러시아의 선택이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 대해 북한 측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사안도 다뤄질 것” 등의 입장을 밝혔다. 무기 거래를 넘어 북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도 허물겠다는 취지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궁지에 몰린 푸틴이 북한에 핵잠수함·정찰위성·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제공하면, 대한민국 안보 환경은 완전히 바뀐다.

비상한 각오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러시아가 직접 대한민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의 간접적 당사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1990년 수교 이후 ‘우호협력 관계’(1992) ‘포괄적 동반자 관계’(2004) 등을 거쳐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러 관계는 군사적으로 ‘준(準)적국’ 상황으로 급변한다. 북한의 핵 공격을 거드는 나라를 용납할 수는 없다.

물론 러시아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한국이 원한다면 김 위원장 방러 계획에 대한 세부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며 한국 달래기 시늉도 했다. 그러나 안보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1950년 김일성의 6·25 남침은 이오시프 스탈린과의 밀약과 소련 무기 지원을 배경으로 이뤄졌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하거나 대북 제재 시스템을 파괴한다면, 대한민국 적국임을 자인하는 행위다. 그럴 경우 정부는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러시아에 분명히 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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