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장수왕 영조가 애용했다는 ‘不死草’ 맥문동[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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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장수왕 영조가 애용했다는 ‘不死草’ 맥문동[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추잠자리가 보라빛 맥문동 꽃대에 앉아 오수를 즐기고 있다. 2019년 9월13일 경남 남해 지족



본초강목에도 不死草로 기록…사철 푸른 기운, 강한 생명력과 탁월한 약효
진시황이 찾았다는 불사의 식물…‘겨우살이풀’ 이름도
꽃 차는 감기·기관지에 효엄, 덩이뿌리는 소염·강장 ·진해·거담제 및 강심제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 주위의 개량종은 약효 거의 없어…약재용으로 따로 키워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여름 날/매미 울면/긴 꽃대 마디마다/귀를 달고 울음 귀동냥 한다//여름 끝과 함께/매미 소리 끝나면/소리마다 흑진주가 된/구슬 걸어/꽃으로 피워 낼 수 없는/아름다움을 드리우는 맥문동//땡볕/소나기/천둥/여름을 여름답게 산 삶으로 맞는/가을의 섭리를 배운다//맥문동에게>



권혁춘 시인의 시 ‘맥문동’이다. 한여름 그 혹독한 땡볕과 소나기, 천둥 소리를 먹고 꿋꿋이 자란 여름꽃 ‘맥문동’이 비로소 가을에 알알이 맺힌 찬란한 흑진주 열매를 달게 된 자연의 위대한 섭리를 일깨워준다.

맥문동은 ‘불사(不死)’를 꿈꾼 진시황이 찾았다는 전설의 ‘불로초(不老草)’ 또는 ‘불사초(不死草)’와 관련될 정도로 약효가 뛰어나다. 진시황에게 새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왔는데 부추 잎과 비슷한 풀잎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 기이하게 여긴 시황이 방술에 능한 귀곡자에게 "새가 물고 있는 기이한 그 풀잎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귀곡자는 "불사초의 잎입니다. 죽은 사람을 그 풀잎으로 덮어두면 사흘 안에 살아난다"고 대답했다고 전한다. 시황은 기뻐하며 불사초를 찾아 사람을 보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남산골한옥마을 맥문동. 연보라색 꽃잎과 청록 열매가 함께 맺혀 있다. 9월 11일



<벼이삭 모양의 꽃대에/연한 보라색으로 피는 숙근초/팔월 개화기에는/벌들조차 넋을 잃는다.//백합百合보다야/조촐하지도 않고/귀품 없지만/해열이나 진해에 약재로 쓰이는/흑청색의 종자는/옛날 약국이 없던 시절에 으뜸으로 쳤다.//눈알이 따갑고/목이 붓는 고열감기에/특효였던 때/한방가漢方家 명의였던 당숙 어른은/구시월 나락밭에/메뚜기며/여치가 득실거려도/아침부터 어린 조카들을/맥문동 종자 고르기에 내몰았지.//우리는 분풀이로/또 재미로 한 주먹씩 들에 뿌리며/좋아라 한, 철없던 시절……//그 관상초 열매 지금도 바닥에 늘려 있을까.>



이문걸 시인의 ‘맥문동’은 이 들풀이 왜 ‘불사초’로 불렸는지 그 약효를 친절히 설명해준다. 본초강목을 비롯한 옛 의서에도 맥문동이 ‘불사초’로 적혀있다. 불사의 효능이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만물이 얼어붙는 겨울에도 잎이 죽지 않고 푸른 까닭에 그 생명력을 기려 불사초라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어사전에도 ‘불사초’를 자세히 설명한다. ‘겨울에도 얼지 않고 4계절 내내 푸른 기운으로 싱싱한 생명력을 뽐내는 약초, 맥문동’을 불사초라 불렀다.

꽃말은 ‘인내’, ‘겸손’, ‘기쁨의 연속’, ‘흑진주’등 다양하다. 여름 뙤약볕뿐 아니라 모진 추위를 견뎌냈기에 ‘인내’라는 꽃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이 약초는 그 명성만큼이나 놀라운 약성을 지니고 있다. 뿌리에 달린 땅콩 모양의 덩이는 기관지 질환에 빼어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조선조 최장수 왕 영조가 애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기력 회복과 컨디션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여름엔 열사병을 예방하고, 인삼과 함께 달이면 훌륭한 자양강장 식품이 된다.

맥문동(麥門冬· Broadleaf Liriope)은 한국·일본·중국·타이완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폭넓게 분포한다. 학명은 ‘Liriope platyphylla’이고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짧고 굵은 뿌리줄기에서 잎이 모여 나와서 포기를 형성하고, 흔히 뿌리 끝이 커져서 땅콩같이 된다. 줄기는 곧게 서며 높이 20∼50cm이다. 잎은 짙은 녹색을 띠고 선형(線形)이며 길이 30∼50cm, 나비 8∼12mm이고 밑 부분이 잎집처럼 된다.

꽃은 자줏빛이며 수상꽃차례의 마디에 3∼5개씩 달린다. 꽃 이삭은 길이 8∼12cm이며 작은 꽃가지에 마디가 있다. 열매는 삭과로 둥글고 일찍 과피(果皮)가 벗겨지므로 종자가 노출되며 자흑색(紫黑色)이다.

뿌리는 보리와 비슷하고 잎은 난을 닮아, 홀로 겨울을 꿋꿋이 이겨내는 동장군으로 알려진 맥문동은 뿌리의 팽대 부가 보리와 비슷하고, 추운 겨울 날씨에도 시들지 아니하고 이겨낸다 하여 ‘맥문(麥門)동(冬)’이라 이름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잎을 보고 있으면 폭이 좁으면서 뾰족하고 항상 녹색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난(蘭)’이라는 착각이 들지만 난과는 무관하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 왕성한 생명력 탓에 맥문동을 우리말로는 ‘겨우살이풀’이라고도 한다. 다른 목적의 약용으로 이용되는 상록 기생 관목인 ‘겨우살이’와 혼동될 우려가 있어 ‘맥문동’으로 널리 불리게 됐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덩굴식물인 둥근마가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구청 건물 정면을 뒤덮은 가운데 건물 아래 그늘진 곳에 맥문동 군락이 조성돼 있다. 8월 11일



맥문동 잎은 짙은 녹색이고, 작고 연한 자주색 꽃이 이삭 모양으로 층층이 뭉쳐 피며, 꽃이 진 뒤에는 둥근 열매가 달리면서 점점 짙은 보라색으로 물든다. 대체로 6∼8월경 황홀한 사랑의 보랏빛 또는 연한 자줏빛 꽃이 물결을 이루며 아찔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겨울에는 눈 덮인 산야에 홀로 푸르다.

한방에서 약으로 사용하는 부분은 맥문동의 뿌리줄기 부분이다. 보통 2년 이상 자란 맥문동의 뿌리줄기를 봄철에 캐는데, 꽃이 피기 전에 캐야 더 큰 뿌리줄기를 수확할 수 있다. 뿌리를 캐면 일일이 하나씩 목질부를 떼어내는 거심(去心) 분리 작업까지 마치게 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안산 자락에 노란 산국이 핀 가운데 산책로 옆으로 길게 맥문동 군락이 조성돼 있다. 맥문동 잎은 겨울에도 푸른색을 유지한다. 2022년 10월 16일



꽃 색과 더불어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는 쌓인 피로를 말끔히 가시게 한다. 꽃은 그늘에서 열흘 정도 말렸다가 차로 우려 마시는데 감기와 기관지 치료에 효험이 있다. 약으로 쓸 때는 덩이뿌리를 이용한다. 덩이뿌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는데 소염·강장 ·진해·거담제 및 강심제로 이용한다.사포닌이 풍부,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탁월하다.맥문동은 혈당강하, 항염증, 항당뇨 및 항암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맥문동에는 잘 알려진 사포닌 뿐만 아니라 스피카토사이드 A, 루스코제닌, 오피오포고닌, 아미노산, 스티그마스테롤, 베타시토스테롤 등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

맥문동은 겨울을 이겨내고 3월 경 쯤에 수확하는 작물이다.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데 그 때문에 아파트나 빌딩의 그늘진 정원에 많이 심어져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주시 황성공원 솔숲을 배경으로 여름에 만개한 맥문동군락이 보랏빛 향연을 펼치고 있다. 경주시 제공



<겨울이 동동 굴러오는데/가난한 사람들은 응달쯤으로 모여들었다/맹문이/무지렁이/코푸렁이/숙맥들은 끼리끼리 모여 숙어 지냈다/바람도 끼어들지 말라는 듯/꼭꼭 껴안고들 사는 동네/불빛이 돋기 시작했다//매미가 고래고래 우는 동안에만/풀무질 망치질 메질을 감쪽같이 해냈다/보랏빛 횃불들은 곤두서서/꺼질 기미라곤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불똥이 떨어지고 식은 자리마다/몇 섬이나 될까/갈맷빛 진주가 주렁주렁 달렸다

>

박제영 시인은 오명현 시인의 시집 ‘알몸으로 내리는 비’에 수록된 시 ‘맥문동’을 ‘맥문동’을 소재로 한 최고의 시로 꼽는다. 박제영 시인은 "맥문동꽃은 태양의 뜨거운 빛을 받으며 고개를 잔뜩 치켜 올려 화려함을 뽐내는 장미나 목련, 작약 같은 꽃들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늘 속에서 몸을 낮출 대로 낮춘 채 자란다"고 했다. 그늘 속에서 자라는 맥문동 군락은 달동네에 비유된다.

박제영 시인은 "맹문이(아무리 가르쳐도 사물의

맥문동은 보라색으로 만개한 꽃이 라벤더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라벤더는 잎이 짧고 열매가 따로 없으며 추위에 약하고 햇빛이 잘드는 곳에서 자라지만 향기가 좋아서 향수나 차의 원료로도 쓰인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남산골한옥마울에 핀 맥문동 연보라색 꽃잎과 청록·검정 열매 .9월 11일 촬영



요즘은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가로수 아래 맥문동을 관상용으로 심는다. 맥문동은 미세먼지나 흡연,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맥문동은 수목원뿐만 아니라 학교, 공원, 도로변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맥문동은 개량종으로 그 효과가 거의 없지만 약재용으로 키우는 맥문동은 그 효과가 크다고 한다.

보라색 꽃과 흑진주처럼 반짝이는 열매가 몽환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데다 겨울철에도 잎이 푸르다는 것이 조경식물로서 안성맞춤이다.공원, 정원에 심을 지피식물(낮게 자라며 땅을 덮는 식물)로 맥문동이 많이 선택되고 있다. 충남 서천 장항송림산림욕장과 경주 황성공원, 수원 화성, 상주 상오리 등이 대표적인 맥문동 군락지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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