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고교동아리서 만나[결혼했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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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김민석(40)·변영경(여·40) 부부

저(민석)와 아내는 서로 다른 고등학교 사물놀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돼 결혼까지 했습니다. 학교 교류행사로 여고에 가서 사물놀이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저희 둘 다 장구를 친다는 공통점 외에는 접점이 없었죠. 그러다 하루는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누가 저에게 인사했어요. 아내였죠. 평소에 눈에 밟혔던 여학생이 먼저 저에게 인사해줘 한 번 놀랐고, 또 가까이서 봤을 때 더 예뻐서 한 번 더 놀랐어요. 그날 저에게 인사하고 떠난 아내 뒷모습을 끝까지 멍하니 지켜봤던 것 같아요.

이후 수소문에 나섰죠.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장구를 치며, 안경을 쓴 예쁜 여학생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이름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어요. 수능시험이 끝나고 부모님을 졸라 핸드폰도 장만했어요. 연락을 주고받을 채비를 마친 거죠. 그리고 후배를 통해 아내에게 제 핸드폰 번호를 전달해줬어요. 이후 아내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딱 첫눈 올 때까지만 아내 전화를 기다려보기로요. 그리고 그해 12월, 밤 10시쯤 아내에게 전화가 왔어요. “밖에 첫눈이 온다”는 연락이었죠. 정말 거짓말처럼 밖에 첫눈이 내렸어요. 문득 이때다 싶어 바로 제 마음을 고백했죠. “나, 너 좋아해. 전화로 고백하는 게 웃기지만 자주 볼 수 없어 이렇게나마 말하는 거야”라고요. 첫눈도 거짓말처럼 내리더니, 아내도 거짓말처럼 제 고백을 받아줬어요.

벌써 20년이 더 지났을 때 일이네요. 돌이켜보면 첫 연애라 둘 다 숙맥이었어요. 추운 겨울 1시간 넘게 함께 걸어도 전혀 춥지 않았어요. 저희는 9년 연애 끝에 2010년 4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아내는 가끔 장난삼아 “그때 내가 왜 당신과 사귀었을까?”라고 말해요. 아직도 제 눈엔 그때 여고생처럼 아내가 사랑스러워요. 여전히 저희는 사물놀이를 좋아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 두 아이가 크면, 둘이 사물놀이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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