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원조 ‘발상의 전환’ 시급하다[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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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ODA 예산 6.8兆로 대폭 확대
유엔총회 의제도 개도국 빈곤
受援國 배려하고 효율 높일 때

사업 숫자 줄이고 규모 키워야
협력 대상 국가에 실질적 도움
전문가 키울 생태계 구축 시급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증가 등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또한 폭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세계 절대빈곤 인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8일부터 유엔은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를 주제로 제78차 총회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기후·환경 문제와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다.

정부는 6조8000억 원 규모로 대폭 확대된 2024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러한 예산 증액은 다른 부처 예산의 삭감 기조를 고려할 때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사회복지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노인 빈곤과 청년 실업 문제가 한층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빈곤층을 돕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왜 빈곤한 나라를 도와야 하는가? 우리의 공적개발원조는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가?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와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는 현대사회가 고안해낸 가장 고도화된 외교정책이다. 타국의 발전을 지원하면서 자국의 이익도 도모한다는, 일견 모순된 두 목표를 추구하기에 공적개발원조는 매우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10년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함으로써 수원국(受援國)에서 공식 공여국이 됐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출을 통해 경제를 이끌어가는 세계 10대 무역대국의 반열에 오른 우리가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고 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일은 글로벌 코리아의 막중한 책무다. 또한, 국제 개발 협력을 기반으로 우리 국민과 기업이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공적개발원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이뤄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공적개발원조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신흥 공여국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지만,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개발 효과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개별 원조 사업의 성패와 별개로 협력 대상 국가의 전체적인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지 못한다면, 공적개발원조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공적원조 사업이 선진 공여국과 비교해 소규모인 데다, 사업의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렇다 보니 수원국 쪽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의 공적원조를 통해 사업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불평이 나온다. 정부 부처별로 진행되는 소규모 원조 사업을 통합, 개발 효과성이 큰 대규모 원조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게다가, 수요자보다는 공급자의 관점에서 공적개발원조가 제공되는 문제점도 있다. 원조를 받던 나라로서 경제 발전에 성공했으니 이제 받은 것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국민의 뜻은 소중하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일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은 수원국의 필요보다는 도움을 주는 쪽의 자기중심적 고려다. 공적개발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이 같은 자기중심적 접근을 넘어 수원국의 필요에 따른 현장 중심적 접근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성장에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수원국 국민들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규범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요자 중심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우리나라의 국제 개발 협력 기관과 전문가의 능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많은 젊은 인력이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투입되지만, 이들이 봉사활동 수준을 넘어 개발도상국 상황에 정통한 전문적인 개발기획자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젊은이들이 전문가로 성장하고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제 개발 협력 인재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개발기획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바로 국익에도 봉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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