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의 저출산 나비효과[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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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전국부장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저출산이다.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지난해 0.78명보다 더 떨어졌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는 이 같은 저출산 기조를 반전시키기 위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300조 원 가까이 쏟아부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할 바를 알지 못해 우물쭈물하다 문제 해결 기회를 놓쳐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는 전 지구적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출산 추세는 가팔라도 너무 가파르다. 담대하고 기발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인데 그런 점에서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는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 생각된다. 통상 출산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도시화가 꼽힌다. 도시화, 우리 버전으로 하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해소하지 않으면 저출산 기조 전환은 꿈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산업혁명이 촉발한 도시화는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나 주거 비용 증가,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유발하고 이는 저출산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도시화는 물론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을 핵으로 한 수도권 집중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강력하고 파괴적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청년들을 끌어들일 만한 대안의 도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서울은 젊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제2의 도시 부산에서조차도 젊은이들이 서울로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2분기 서울 합계출산율이 0.53명에 불과하다. 전국 청년들을 모조리 끌어모으지만, 아이를 생산하지 못하는 불모의 공간으로 전락한 셈이다. 반면, 젊은이를 빼앗긴 비수도권 지역은 도시·농촌 할 것 없이 줄줄이 소멸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렇듯 저출산과 지역 소멸 그리고 균형 발전은 촘촘하게 엮여 있다.

현실적인 해결 방법은 뭔가. 부산을 서울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수도권 집중화 추세를 반전 혹은 둔화시키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책적 의지를 갖고 세종시처럼 논밭에서 일궈낼 수도 있으나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데다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시간도 넉넉지 않다. 가성비를 고려할 경우 제2의 도시 부산에 집중투자하는 게 맞다.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어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데 유리한 데다 인접 울산, 경남 등과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때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런 와중에 부산은 엑스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엑스포 유치 이후 행사 준비 과정에서 도시 매력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면 저출산·지역 균형 발전 문제를 푸는 데 가시적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 국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여지가 없다고 할 때 엑스포는 그나마 시스템에 유의미한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 부산시 그리고 경제계가 엑스포 유치에 강한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다. 보기 좋고 아낌없이 응원한다. 전적으로 만족스럽다는 게 아니다. 꼬투리 잡기엔 시간이 없고 별다른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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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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