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목격만으로 성적 수치심”… 피해신고 느는데 판례조차 없어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0 11:45
  • 업데이트 2023-09-20 14:20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3자 ‘성희롱 피해’ 논의 필요

올해 초 국내 한 대기업의 회식 자리에서 20대 여직원은 50대 부장 옆으로 불려갔다. 만취한 부장은 여직원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손을 한번 잡아보자”며 스킨십을 시도했다. 여직원은 이 일을 묻으려고 했지만, 회식 자리에 함께 앉아 있던 직원 3명이 “성희롱 장면을 목격한 우리도 피해자다. 회식하는 내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사내 성윤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성희롱 장면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목격형 성희롱’은 참고할 만한 판례가 없어 기업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목격형 성희롱 피해자들은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직원이 간접 피해를 호소하며 변호사를 찾는 경우도 있다. A 기업의 20대 남직원 B 씨는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가 “‘스리 사이즈’가 어떻게 되냐”는 등 여직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 발언이 오간 것을 문제 삼았다. 여직원들은 일을 키우고 싶지 않다며 공론화를 꺼렸지만, B 씨는 “견딜 수 없이 모욕적이었다”며 회사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간접 피해를 성희롱 피해로 인정한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양성평등기본법 등에 따라 가해자가 지위를 이용해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규정되는데, 제3자 피해에 대해선 참고가 될 만한 판례는 없는 상태다. 회사도 간접 피해 호소인들을 고발자로 볼지, 피해 당사자로 인정해야 할지 고민이다. 성희롱 사건으로 인정할 경우 피해 당사자까지 나서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어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서혜진 변호사는 “제3자들의 피해 상담만큼이나 기업의 관련 상담도 많이 접수된다”며 “야한 잡지가 비치돼 있는 등 ‘환경형 성희롱’은 최근 인정되는 경우가 있지만 간접 피해는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새로운 유형의 성희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전수한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