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잃은 채 6년간 혼신의 작곡… 체코 민족주의 음악 상징[이 남자의 클래식]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1 08:59
  • 업데이트 2023-09-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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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스메타나 ‘나의조국’

프라하에 학교 세우고 후배 양성
반정부 활동 낙인찍혀 억압 받아

1866년 ‘팔려간 신부’ 공연으로
국민들 열광… 국민 음악가 반열

딸 3명 죽음 등 인생 순탄 못해
청력 완전 상실 이후 은둔 생활


체코의 음악가 하면 아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의 드보르자크(1841∼1904)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드보르자크보다 17년 연상의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도 그에 못지않게 유명하다. 오히려 체코인들에게는 스메타나가 더 사랑받는 작곡가이다. 체코의 민족주의 음악을 상징하는 스메타나는 체코 출신의 여느 작곡가보다 중요한 인물이다.

스메타나는 1824년 체코 보헤미아 북쪽의 리토미슐에서 맥주 양조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리 부유한 가정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의 아버지가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이었던 덕분에 스메타나는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스메타나는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고 19살이 되던 해에는 프라하로 이주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요제프 프로크슈(1794∼1864)에게 음악을 배웠다.

당시 프라하는 1848년 오스트리아 2월 혁명의 여파로 민족의식이 움트던 시기였다. 이때 스메타나 역시 민족주의운동에 눈을 떠 국민의용군 행진곡 등의 민족주의적 작품들을 작곡했고 국민의용군에까지 가담하기도 했다. 이후 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프라하에 음악 학교를 세우고 후배를 양성하였으나 정부에 반정부 활동을 하는 예술가로 낙인찍혀 활동에 억압을 받게 된다.

결국 32살이 되던 1856년엔 친구의 권유로 스웨덴 예테보리로 건너가 음악학교를 개설했으며, 괴텐부르크 관현악단의 지휘자로 활동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860년 당시 체코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 정부의 탄압이 느슨해지자 다시 체코로 귀국해 지휘자이자 작곡가로, 민족주의 음악가로서의 활동을 재개한다.

그의 작품 중 괄목할 만한 최초의 민족주의 음악 작품은 1866년 체코 국립극장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가설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라 ‘팔려간 신부’이다. 체코의 이야기를 체코어로 담아낸 오페라 ‘팔려간 신부’에 체코 국민은 열광했고 스메타나는 국민 음악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스메타나는 체코의 국민음악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얻었지만 그의 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4명의 딸 중 3명이나 세상을 떠나 보내야 했고 그의 아내 또한 1859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음악가로서는 사형 선고와도 같은 귓병까지 얻게 돼 스메타나는 50세가 되던 1874년 10월부터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결국 그는 체코 국립극장의 지휘자를 사임하고 프라하에서 북쪽으로 60㎞쯤 떨어진 야브케니체라는 마을의 숲속 작은집으로 이사해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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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은둔하기 시작한 이 시기, 귀가 전혀 들리지 않던 50세부터 6년간이나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이다. 총 6곡으로 구성된 ‘나의 조국’은 마치 6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6곡은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교향시, 말하자면 6개로 이루어진 ‘연작 교향시’라고 할 수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몰다우 강>

6곡으로 구성된 관현악곡 ‘나의 조국’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연주시간은 대략 12분 정도이다. 체코의 강 블타바(체코어:Vltava)를 노래한 작품으로 흔히 독일어 명칭 몰다우(Die Moldau)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도입부에 작은 냇물을 묘사하는 플루트의 아기자기한 선율이 흐르고 이어 또 다른 물줄기인 클라리넷의 선율이 뒤따른다. 두 선율은 이내 하나가 되고 현악기군 또한 가세하여 어느새 거대한 강으로 불어난 물줄기의 위용을 위풍당당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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