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응분의 책임’ 물어야 한다[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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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 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김정은과 위성 개발 지원 약속
미사일·드론 유도 장치에 활용
한국 겨냥한 무기 개발 돕는 셈

핵심기술 이전할 가능성 낮고
중국도 가세하지는 않겠지만
북중러 밀착은 韓 핵무장 강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한 북한 매체의 아첨과 찬양이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온 행성이 주목하는 행보” “역사적 대외혁명 활동”이라고 잔뜩 치켜세우는 모습에서 김정은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전전긍긍, 노심초사했던 김덕훈 내각총리를 비롯한 북한 지도층의 마음고생도 엿볼 수 있다.

김정은의 방러는 지난 10∼19일로 날짜상 10일간이었지만, 열차로 이동하는 시간을 빼면 실제 방문 기간은 5일 정도였다. 양국 간의 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공식 합의문 발표가 없어 정확히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방문 기간의 행적을 통해 김정은의 주 관심사는 엿볼 수 있다.

푸틴과 정상회담을 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선으로부터 1600㎞ 이상 떨어진 곳이며, 최근 우리에게 ‘홍범도 장군과 자유시 참변’으로 잘 알려진 스보보드니 북쪽 50㎞ 지점에 있다. 회담은 만찬을 포함해 3시간 30분간 진행됐다는데, 이 만남을 보도한 러시아 매체에서 푸틴이 김정은에게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지원할 의사를 표명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다른 전략무기 기지를 방문한 행적도 있었지만, 바로 최초로 언급된 이 인공위성 관련 사항이 김정은이 푸틴으로부터 받고 싶었던 선물이었음을 말해준다.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에서 재래식 포탄이 고갈되는 러시아로선 북한제 포탄의 지원이 절실했고, 이를 간파한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요구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3호라는 작은 고체 덩어리를 우주궤도에 쏘아 올렸는데, 이를 가지고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6년에도 이와 비슷한 발사체를 쏘아 올렸으나 모두 우주 쓰레기 수준이었고, 그나마 최근에 낙하·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올해 들어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10월에 다시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위성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북한이 원하는 군사용 위성은 평시에는 지상의 표적을 촬영하고 추적하며 통신을 감청하거나 중계하는 등의 목적으로 운용하지만, 전시에는 무인기와 드론을 조종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유도하며 원거리에서 작전하는 항공기나 잠수함을 통제하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다. 이런 기능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미사일을 쏘고 나서 고도와 탄착 등 정밀한 비행 제원을 파악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한·미의 발표를 참고해야만 했으니,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전략무기 완성에 위성 운용은 절실한 과제였다.

그런데 푸틴이 언급했다고는 하나 과연 러시아가 인공위성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지는 상당한 의구심이 있다. 1949년 10월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대륙 공산화에 성공한 후 곧바로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달려갔다. 명분은 스탈린의 생일 축하였지만, 실상은 소련으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이때 마오쩌둥은 석 달 이상을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끈질기게 스탈린에게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전해 주기를 요청했으나 스탈린은 이를 끝내 거절했다. 공산 진영 내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김일성도 핵무기 확보를 위해 소련과 중국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독자적 노력으로 완성했다. 이러한 사실들로 볼 때 지금 김정은이 필요로 하는 러시아의 위성 기술 이전도 쉽게 성사될 것 같지는 않다.

비록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탄약을 얻어 쓰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위성 핵심 기술을 이전해 줄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러시아는 계산할 것이다. 현재로선 북한의 다음번 위성 발사가 러시아의 지원으로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지원일 뿐 완전한 기술 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한, 중국이 왕따들의 유혹에 넘어가진 않겠지만 혹시라도 북·중·러 연대가 성사되고 러시아가 분별없이 군사 정찰위성의 첨단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 주게 된다면 이는 북한의 전략무기 완성에 결정적인 판을 깔아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며 종국에는 대한민국의 핵 개발을 추동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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