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유희경의 시:선(詩:選)]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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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현은/ 빛날 현으로 주로 쓰이지만 나는 밝을 현을 좋아한다// 빛난다고 해서 밝지 않고 밝다고 해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사람이 되어 간다는 건 이름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름이 되어 가는 건 왜 이렇게 조용할까’

- 김현 ‘사람이 되어 가는 건 왜 이렇게 조용할까’(시집 ‘장송행진곡’)


내 이름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방금 전 걸려온 전화도 그러했다. 제가 유희경입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건너편에선 깜짝 놀라며 남자분인 줄 몰랐다고 사과를 하는 거였다. “괜찮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에요.” 상대를 안심시켰다.

내 이름을 처음 접하는 어른들은 뜻밖이라는 듯 웃으며 “이름이 참 예쁘구나.” 얼버무렸다. ‘나는 예쁘지 않다는 건가.’ 오랫동안 내 이름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시인으로 살게 되고부터는 필명을 가져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기가 요원했거니와 은근한 죄책감이 생기기도 했다. 고작 세 글자인 이름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뿐 아니라, 태어나기도 전 나의 삶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름이라는 것은 나보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나보다 더 많이 내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적에 그것이 어찌 나만의 것이겠는가. 발음이든 의미이든 누군가에게 ‘예쁨’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라면, 그것대로 퍽 괜찮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긴 고민을 접고 나는 필명을 포기했다. 이제 와서는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도 여긴다. 여전히 나와 잘 어울리지 않는 내 이름은 시인이라는 호칭과는 참 잘 붙는다. 얼마 전 새로 펴낸 시집 표지 위에 인쇄돼 있는 나의 이름을 본다. 썩 잘 어울린다. 어쩌면 나는 이름 덕분에 시인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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