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언급과 對中 외교 정상화[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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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된 제19회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가 연일 들려 온다. 개막 직전 우리 외교가에서 승전보가 먼저 도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회담에서 ‘한국 방문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먼저 발언한 소식이다.

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을 취임 이후부터 일방적으로 종용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외교 ‘게임의 룰’에 따라 시 주석의 방한 차례라며 줄곧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시 주석의 이번 선제 발언에서 페어(fair) 게임을 하겠다는 의사가 비쳤다. 정당하고 공정한 게임을 주장한 우리의 첫 세트 승리였다.

두 번째 세트는 현재의 정세 흐름에서 시 주석의 한국 답방을 끌어내는 게임이다. 고조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과 북한·중국·러시아 간의 3각 편대 형성 속에서 그의 방한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특히, 한국·미국·일본 3국의 군사 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그가 방한을 자처하기가 여간 고민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한국 방문 발언에서 중국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일관된 요구 압박이 정당하고 합리적임을 인지한 결과다. 중국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발리 정상회의 때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을 위한 중재 의사를 밝혀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이를 환영하면서도 대중(對中) 경고를 잊지 않았다. 러시아에 무기 제공을 자제하라는 메시지였다. 중국이 이를 수용한 것은, 지난 7월 북한의 전승절과 9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예상보다 낮은 직급의 인사를 참석시킨 데서 알 수 있다.

중국에 지금 북중러 3국 편대 형성보다 해결이 더 시급한 문제는 경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지난 3월에 선언하고서도 중국 경제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급해진 중국은 지난 4월부터 미국의 국무·재무·상무 장관을 연쇄적으로 베이징에 초청했다. 고위급 회담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의 회복에 득이 되는 결과는 없었다. 미국의 중국 경제 제약 조치에 변동도 없었다. 오히려 추가 제약 조치가 뒤따랐다.

이제 중국에 남은 것은, 1989년 6월 톈안먼(天安門)사태 당시 서구의 제재를 받았을 때처럼 주변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차선책뿐이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중국 주석과 총리가 지지하고 나선 이유다. 더욱이, 방한까지 먼저 거론한 것은 중국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과 자세의 진정성이 통한 결과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시종일관 중국을 배척하지 않고 중국과의 대화에 항상 마음이 열린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하는, 정정당당한 대중 외교의 구사를 결의했다. 시진핑 방한에 조급해하는 이들한테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는, 한미일 3국 공조의 강화 속에 한중 관계를 견인하는 것이다. 가령, 상위 반도체를 제조·생산할 유일한 나라이기에 가능하다. 4차산업이 발달할수록 반도체 수요는 증가한다. 우리의 중국 반도체 공장 생산이 수월해야 미·일의 수급에도 차질이 없다.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중국의 올바른 반도체 사용과 유통을 선도할 때 중국을 다시 국제질서와 법, 제도와 규범에 순응하는 궤도에 올릴 수 있다. 이런 중국을 세계는 다시 원한다. 이로써 우리는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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