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여서 증거인멸 염려 없다는 해괴한 판단[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7 11:18
프린트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판사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는 물론 형사사법 원칙을 흔들고, 결정 자체에 자가당착도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유 판사는 27일 새벽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3가지 혐의 중 위증교사에 대해선 “소명된다”고 했지만, 백현동 및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선 검찰의 여러 증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유 판사가 내놓은 기각 사유에는 법 상식에 어긋나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됐다.

첫째, 유 판사는 이 대표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본말전도 궤변이고, 현실은 정반대로 증거인멸 여지가 더 많음을 시사한다. 공천과 당 운영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면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은 물론 국정 운영과 국가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측근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측근을 만나고 부인과 통화하면서 “당이 도와주겠다”고 했고,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재판 도중에 이 대표에게 편지를 전달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유 판사 논리를 연장하면,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제3자를 동원해 증거인멸을 시도해도 처벌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둘째,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고, 백현동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하면서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한 것은 모순이다. 이 대표 스스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증거인멸의 우려만 있어도 구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위증교사가 인정된다는 것은 동종 범죄를 더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유 판사는 백현동 개발 사업자인 정바울 씨를 구속한 바 있고, 증거인멸 의심 정황을 알면서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이 대표는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함에도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다면 ‘유권무죄(有權無罪)’를 용인하는 셈이다.

셋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법원 결정과도 충돌한다. 출마 예정자를 변호인으로 선임할 만큼 이 대표가 행사하는 정치적 권한은 막강하기 때문에 이번 기각 결정으로 다른 증인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