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의 인간관계…‘경각심’을 갖게 하는 ‘나는 솔로’ 16기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8 10:54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솔로’ 16기 멤버 영숙

"경각심이 필요하지 않나"

ENA, SBS PLUS에서 동시 편성되는 예능 ‘나는 솔로’ 16기가 낳은 유행어다. 출연자 영숙이 자신의 의견을 사실인양 넘겨 짚는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며 던진 이 한 마디는 결국 ‘나는 솔로’ 16기에 파국을 몰고 온다. 비단 영숙 뿐만이 아니다. 곳곳에 거짓말을 심는 빌런(악당)이 난무한다. 결국 거짓은 거짓을 낳고, 오해는 오해를 부른다. 정작 그 원흉이 된 이들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도통 모른다.

‘나는 솔로’는 짝짓기 예능이다. 사랑이 고픈 남녀가 모여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더 이상 ‘나는 솔로’ 16기를 예능으로 느끼지 않는다. 거짓된 말 한마디와 그릇된 인간 관계가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키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회적 실험’의 장이다. 비열한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관람평도 나온다.

요즘 대한민국은 ‘가짜뉴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나는 솔로’ 16기도 예외가 아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나와 유통되는 가짜뉴스, 여기에 상처입고 또 다른 거짓을 덧대는 출연자들 사이에서 오해가 불신, 반목이 거듭된다. 이럴수록 시청률은 치솟는다. 동시에 대중의 스트레스 지수 역시 상승한다. 그저 "내 주변에는 저런 사람이 없겠지"라는 간절한 바람만 되뇔 뿐이다.

‘최강 빌런’이라 불리는 영숙을 살펴보자. 자신의 삶을 두고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었다"던 그는 광수가 이를 언급하자 분노하면서 "남의 상처 그렇게 쉽게 꺼내면서 이야기하는 거 아니다"라고 정색한다. 일종의 피해의식이다. 그런데 영숙은 누구보다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많이 한다. 옥순을 마음에 두고 있던 광수의 마음에 "경각심을 가지라"며 균열을 내고, 광수와 나눈 대화를 상철과 정숙에게도 옮긴다. 그 사이 애먼 옥순은 피해자가 된다. 하지만 "나한테 사과해야지"과 따지는 옥순에게 영숙은 뒷목을 긁적이며 "오해해서 미안합니다"라고 건성으로 답한다.

다른 멤버들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도 이어진다. 영수와 데이트를 마친 영자는 숙소로 돌아와 "영수는 옥순과 잘되고 있는 것 같더라. 옥순도 영수래"라고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영철도 광수에게 "옥순과 영수가 잘 되고 있다"고 없는 말을 건넸다. 이를 지켜보던 MC 데프콘은 "모두 가짜뉴스 때문에 멀쩡한 사람을 망쳤다"고 안타까워했고, 이이경은 "왜 하지도 않은 말을"이라며 분노했다.

물론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있었다. 영자의 거짓말이 사태를 꼬이게 만든 상황 속에서 정숙은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말이 와전됐기 때문"이라며 "본인이 본인에게 들어"라고 조언했다. ‘나는 솔로’ 16기를 바라보며 가슴을 치던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주는 한마디였다. 하지만 이 때조차 이 사태의 원흉인 영숙은 "광수, 옥순, 영자가 얘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은근슬쩍 발을 뺀다. 정숙이 "너도 있잖아"라고 영숙의 잘못을 지적하지만 영숙은 그다지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헝클어진 인간 관계를 보여주는 ‘나는 솔로’ 16기는 흥미로운 동시에 소름끼친다. 대중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다. 멤버들의 잘잘못을 가를 수 있고, 진실이 무엇인지도 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졌고 비(非) 연예인인 영숙, 영자, 영수, 영철이 SNS를 통해 릴레이 사과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 과정을 보는 시청자들은 즐겁다. 두 채널의 시청률 합은 7%에 육박한다. 하지만 ‘내가 16기의 일원이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대다수가 거짓을 말하는 상황 속에서 나 혼자 진실을 이야기해도 파국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는 누가 거짓 혹은 진실을 말하는지 밝힐 방법이 없다. 다만 이런 부류와 섞이지 않길 바라며 "내 주변에는 저런 빌런이 누구일까?"라고 주위를 살필 수밖에 없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