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의 그림 세계에 빠져볼까?

  • 문화일보
  • 입력 2023-09-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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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개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진행 중인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전시 전경. 뉴시스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가장 진지한 고백 : 장욱진 회고전’


한가위를 맞아 가족과 고궁 나들이를 즐긴다면 올해는 덕수궁이 제격이다. 덕수궁 깊숙이 자리 잡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선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섭·김환기·박수근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에 한 획을 그린 장욱진(1917∼1990)의 60년 화업을 총 망라한 대규모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이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긴 연휴 기간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 할 수 있도록 추석 당일에도 덕수궁관 문을 열고 무료 관람을 시행하고 있지만, 바쁜 일정으로 미처 덕수궁 나들이가 어려운 미술 애호가를 위해 눈에 담을 만한 작품을 랜선으로 소개한다.



◇진진묘(眞眞妙)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진진묘 진진묘(眞眞妙),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33 × 24cm,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은 부인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화폭에 듬뿍 담아냈다. ‘참으로 놀라운 아름다움’이라는 뜻이 담긴 진진묘는 그의 부인이자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이순경 여사의 법명이다. 어느 날 서울 명륜동 집에서 기도하던 부인의 모습을 지켜보다 ‘화상’(畵想)이 떠오른 장욱진은 화실에 틀어박혔다. 일주일 뒤 완성된 그림을 ‘득의’(得意)의 작품이라며 부인에게 건넨 장욱진은 깨달음의 대가로 한동안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수하(樹下)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수하 수하(樹下), 1954, 캔버스에 유화 물감, 33×24.7cm,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55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제1회 백우회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장욱진의 그림 세계에서 나무는 온 세상을 품는 우주다. 그런 나무 아래 누운 인물은 여유를 즐기는 듯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구도자의 모습도 보인다. ‘아트 인플루언서’로 평소 장욱진과 그의 그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이를 오마주해 큰 떡갈나무 밑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ucchin vibe’라고 적기도 했다.



◇마을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마을 마을, 1984, 캔버스에 유화 물감, 35.3×27.2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의 작품을 두고 작고 귀엽다는 얘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그림 한 점 그릴 때마다 점 하나, 선 하나에도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조형적인 치밀함에 기반한 대칭 구도다. ‘이건희 컬렉션’이기도 한 이 작품엔 세로축을 중심으로 위에서부터 언덕, 집, 소, 개 사람이 이어지고 좌우론 해와 달, 나무와 화분이 쌍으로 배치돼 왕(王) 구도가 보인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대칭구도는 소와 개, 사람의 시선 방향을 교차로 배치해 해결하면서 화면에 대한 장욱진의 조형 어법이 얼마나 세련됐는지 알 수 있다.



◇닭과 아이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닭과 아이 닭과 아이, 1990, 캔버스에 유화 물감, 43×31cm,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은 서양화가지만 특유의 한국적 정서를 화폭에 녹여낸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문인화나 민화를 연상케 하는 화법을 보여준다. 장욱진이 세상을 떠나던 해에 그린 ‘닭과 아이’는 단순한 표현과 화사한 색상, 해학적인 상징이 어우러져 민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심이 가득한 그림 속 하늘을 나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 한데, 이를 두고 국립현대미술관은 말년으로 갈수록 깊어진 그의 성찰이 창출한 진정한 한국적 모더니즘이라고 평가한다.



◇가족(1976)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가족 가족, 1976, 캔버스에 유화 물감, 13 × 16.5cm,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은 평생 자신의 가족을 귀하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단순한 아버지이기 전에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던 장욱진이 평생 30점이 넘는 가족도를 남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76년 서울 명륜동 집에 거주할 당시 그린 이 작품은 12년 간의 덕소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이 있는 서울 명륜동 집에 살면서 그린 그림이다. 마치 가족 사진을 찍는 듯한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삶에서 나오는 그의 여유로운 정서가 엿보인다.

유승목 기자
유승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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