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혼돈이 부를 안보·경제 후폭풍…선제 대응 나서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0-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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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의 대혼돈 상태는 단순히 태평양 건너 딴 나라 내부 문제만은 아니다. 미 역사상 처음인 하원의장 해임 사태, 온갖 범죄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등의 뿌리에는 경제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 국제적으로는 고립주의 경향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남침 때 미군의 한국 방어에 대해 ‘찬성 50%, 반대 49%’ 응답이 나왔다. 찬성 비율이 지난해 63%에서 대폭 하락한 것은 미국 내 분위기 변화를 상징한다.

이번 하원의장 해임은 의회정치가 당분간 회복 불능 상태로 빠져들었음을 보여준다. 진앙은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코커스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미국판 개딸’이다. 공화당 강경파는 작은 정부와 ‘미국 우선’을 내걸고 동맹에 회의적인 고립주의자들인데, 이들 소수에게 미국 의회가 휘둘리는 것이다.

고립주의와 우선주의 강화는 첫째, 동맹보다 거래 중시로 이어져 국방수권법(NDAA) 예산안 등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을 비롯해 전략자산 상시 전개, 한미 훈련 비용 한국 전가 가능성을 열어준다. 둘째, 경제적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보다 더 강화된 미국 중심적 법안으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 셋째,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중시하는 가치 외교에서 후퇴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북·중·러 연대가 힘을 얻는 나비효과가 발생해 한반도 안보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트럼프 재집권이 현실화하면, 워싱턴선언을 비롯해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 합의 등이 공수표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안보·경제 후폭풍 대비책을 거국적으로 세워야 한다. 자강 외교를 강화하는 플랜B도 만들어야 한다. 동맹의 핵으로 북핵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핵 잠재력을 키우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는 한일의원연맹과 한중의원연맹처럼 한미의원외교를 위한 공식 플랫폼도 마련해야 한다. 한미동맹 70년을 계기로 초당적 의회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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