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 전기료 정상화 더 급해졌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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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 경제에 짙게 드리운 안개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양측 간 전면전이 우려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중동 분쟁 위기가 반영되진 않았지만,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는 이러한 우려를 입증한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0%로 지난 7월 예측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년은 3.0%에서 2.9%로 낮춰 전망했다. 반면, 올해와 내년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각각 0.1%포인트와 0.6%포인트 높게 잡았다.

우리나라 경제는 당장 불황형이기는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고,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000억 원이라는 발표가 나와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지난 7월과 같게 유지했다. 반면에 내년은 3개월 전의 2.4%에서 2.2%로 오히려 낮게 예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면한 글로벌 복합 위기로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높은 물가는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최근 계속되는 고유가·고금리·고환율과 재정 확대 자제로 기업이나 가계는 거의 한계에 이른 듯하다. 높은 이자율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대출은 오히려 늘고 부실기업 비중이나 저축은행·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올라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 부동산업, 음식·숙박업 등의 부실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이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과 지방정부 부채 등으로 경기 회복도 느린 편이라 우리 기업의 수출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경제위기가 장기화할 우려가 강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부의 예산을 확대해 경기를 활성화하고 보는 땜질식 정책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400조 원 넘는 국가채무가 증가해 미래세대에 더 부담을 지우는 것도 기성세대의 도리가 아니다.

이제 정부는 주어진 예산을 가지고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 수단을 선택하고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책 전환을 할 때다. 보편적 혜택을 누리는 정책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더 두껍게 지원하는 선택적이고 집중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유류세를 전면 인하하기보다는 시장을 반영토록 하고 이를 통해 얻은 자금을 가지고 저소득층에는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제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당장 국제유가 상승뿐만이 아니라, 미국 상무부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한 것은 본격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문제가 우리 산업계를 짓누를 것임을 시사한다.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이라는 기존 국제적 불만이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반면, 교통요금은 너무 급격히 올릴 필요가 없다. 서민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택시 기본요금과 심야 할증률 인상에서 볼 수 있듯이, 업계나 소비자 모두에 득이 되지 못한다. 요금 인상보다 혁신과 규제 완화를 통해 얼마든지 상생하는 방안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장기적인 경제위기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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