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계-기업 빚 급증… 한은·금융위 엇박자 불안하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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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고금리에다 코로나 빚 후폭풍이 시작되면서 전방위로 ‘부채의 역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대출금리를 0.2∼0.3%포인트씩 올리는 도미노 인상에 나섰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말 코로나 정책 자금 만기연장이 종료되면서 한계에 몰린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줄폐업하고 있다. 9월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1080조 원, 기업대출은 1238조 원이나 쌓였고, 정부부채도 1100조 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7%대 고금리에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가계대출은 6개월 연속 증가에 이어 10월 들어 1조1000억 원 늘었다. 9월 기업대출은 11조3000억 원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레고랜드 사태’ 1주년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데다, 당국이 가계대출을 압박하자 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풍선효과까지 생겨났다. 정부부채 역시 세수 부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계·기업·정부가 빚더미에 허덕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원죄 탓이 크지만, 윤석열 정부 책임도 가볍지 않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며 “(기준금리 인상의) 통화정책 효과를 무력화시킨다”고 우려해왔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한은은 서민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상 정부 주도의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서도 “시중은행들이 금융 상식만 있으면 이런 상품을 안 내놓았을 것”이라며 남 탓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확전 우려 등 외생변수가 늘어나고 미국발 금리 고공 행진으로 3대 경제 주체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금융 당국의 엇박자는 불안을 증폭시킨다. 부채 축소와 거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정교한 공동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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