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與, 김기현 대표부터 사즉생 앞장서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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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 선거에 패배할 순 있지만, 전화위복 계기로 만들어가느냐 여부는 지도부의 책임감과 판단력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충격적 표차의 패배를 한 사실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진정성 있게 “내 탓이오”라고 나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2일 오전 8분 동안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영남 출신 당직자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저렇게 버티는데 우린 너무 저자세로 나가느냐”라고 했다고 한다. 심지어 “17%포인트 패배에 그쳐 다행”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취지로, 국민 눈높이에서는 전혀 정신을 못 차린 행태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며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책임’ 표현도 하지 않았다. 일부 참석자가 총선기획단 조기 발족 등을 제시했지만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임명직 총사퇴’도 김 대표 책임론으로 비화할 수 있어 없었던 일로 됐다고 한다. 현 김 대표 체제는 지난 3월 ‘윤심’을 업고 온갖 우여곡절 끝에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 등을 꺾고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 7개월 동안 정국 주도는커녕 정치적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대통령실 눈치를 보고, 이재명 야당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녔다. 이번 보선 결과 및 이에 대한 반응을 보면, 김기현 대표 체제는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거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다는 엄중한 경고다. 분골쇄신은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진다는 의미다. 김 대표부터 말 아닌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대표직 사퇴나 총선 불출마 등 사즉생(死卽生) 결단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물론 중진 및 영남권 의원들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수도권과 정치적 험지 출신 인사가 중심이 되고, 보수·자유 대연합으로 외연을 확장할 비상대책 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 윤 대통령 심기를 살피기보다 국정 운영에 실질적 도움이 될 고언을 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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