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채무 448만 명, 방치하면 금융 위기 뇌관 된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7 11:37
프린트
경제 위기는 금융 위기에서 시작되고, 금융 위기는 대개 부실 대출에서 비롯됐다는 게 경제사적 경험이다. 다중채무와 취약 차주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 2분기 기준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가 448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22.6%가 다중채무에 짓눌려 있고 연체율도 1.4%로 치솟았다. 이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62%로, 100만 원 벌면 62만 원을 원리금 갚는 셈이어서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불안한 뇌관은 자영업자 다중채무다. 가계대출과 달리 DSR 규제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2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 원에 달하고, 이 중에서 다중채무액은 743조9000억 원이다. 코로나 위기 때 대출로 버텨오면서 1인당 평균 대출액이 4억2000만 원으로 늘어난 데다, 고금리까지 겹쳐 이중고에 신음한다. 여기에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점이 문제다. 미국 국채 이자율 상승으로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1년 전 레고랜드 사태 때 출시한 고금리 특판 예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0.16%포인트 뛰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는 연 4.17∼7.14%로 올랐다.

고금리 시기에 다중채무자를 방치하면 언제 부실 채권 폭탄이 터져 금융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지 모른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경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채무 재조정 등 연착륙 프로그램을 정비하되, 옥석 가리기를 통해 빚만 늘어나는 취약 차주는 사회안전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융 위기 1차 방어막인 은행도 미리 충당금을 더 쌓고 자본금을 확충하는 등 자산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