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심각한데도 기준금리 6연속 동결한 한은[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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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9일 기준금리를 3.5%로 6차례 연속 동결했다. 올해 1.4%의 저성장과 103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치솟는 물가와 미국발(發) 고금리를 감안하면 적절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은행법 제1조는 한은의 설립 목적과 정책 목표를 물가 안정이라고 분명히 못 박아 놓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7% 상승했고, 특히 신선식품 물가는 6.4% 올랐다. 여기에 2분기 가구당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3.9%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물가 안정에 모든 부처가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고, 정부가 비상 대책 찾기에 매달렸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김장철 배추와 천일염 추가 공급밖에 없었다. 전가의 보도였던 공공요금 통제도 어렵다. 서울지하철 요금 등은 최근 올랐고, 전기요금도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중동 불안으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로 치솟았고 우유·전기 같은 근원물가 압박도 커진다. 상품 가격은 물론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인해 한번 오르면 내리기 힘든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 고통이 서민 생활을 짓누르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발작도 심상치 않다. 9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하는 등 민간 소비가 달아오르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6년 만의 최고인 연 4.94%로 뛰었다. 미국 적자 국채 발행이 느는 데다 환율 방어에 나선 중국·일본이 보유 미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 중앙은행마저 양적 긴축에 따라 국채를 매각하는 중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할 수 있다”며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를 경고했다. 한·미 금리 차이도 더 벌어질 수 있다.

금리를 올리면 저성장이 심화하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하다. 하지만 장기간 금리 동결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가계 대출은 5개월 연속 급증했고 환율 급등과 한·미 금리 차 확대 탓에 외국인은 ‘셀 코리아’ 중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적절하게 금리를 조정하는 정공법으로 돌아갈 때다. 그것이 한은 본연의 역할이자 법에 명시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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