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추락 잠재성장률… 개혁 발목 잡는 ‘정치’ 책임 크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0-24 11:39
  • 업데이트 2023-10-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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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1.9%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1.7%로 곤두박질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날개 없는 추락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1.9%)보다도 잠재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저성장이 장기적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경고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자본·노동력·자원 등의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룰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률 전망치다. OECD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지목하는 한국 잠재성장률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다. 그 다음으로는 인구문제를 상쇄할 만한 자본투자나 생산성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좋은 교훈을 얻어야 할 사례는 2010년대 초반 1.4%까지 내려갔던 잠재성장률을 올해 1.8%까지 끌어올린 미국이다. 고부가가치인 신성장산업들을 꾸준히 탄생시킨 데다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빠르게 이뤄냈다. 노동시장 유연성에 힘입어 실업률도 크게 하락했다. 현재 한국 상황은 정반대다. 우선, 이런 청사진부터 안 보인다. 더 이상 노동력과 자본을 추가로 투입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무리다. 여기에 미·중 디리스킹으로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군이 유탄을 맞고 있고 인공지능·바이오 등 차세대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저성장 극복을 위한 해법은 이미 제시돼 있다. 노동·교육·연금 개혁과 규제 완화·기술 혁신 등이다. 문제는 실행이 안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고 해도 거대 야당의 반대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의료·금융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는 이익집단의 반발에 막혀 있다. 노동력 부족을 메워줄 여성 인력과 이민 정책·해외 노동자 활용도 결국 입법으로 풀어줘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다. 경제의 성장판이 닫히면 국가가 발육 부진에 빠지고, 나라 전체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책임이 크고 무겁다. 이런 정치를 바로 세울 최종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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