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술엔 오리지널리티 없어… 기계적으로만 쓰면 잘못된 창작”[AI 스탠더드, 한국이 만들자]

  • 문화일보
  • 입력 2023-10-25 10:19
  • 업데이트 2023-10-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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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8년 일본 아트 스튜디오 ‘팀랩(teamLab)’이 만든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 ‘사람들이 모이는 바위 위의 물 입자 우주’. 3D 가상공간에 재현된 바위 위로 물이 떨어지는 폭포의 모양을 시뮬레이션했다. 사람이 닿으면 물의 흐름도 변하는 상호 작용을 한다. NYU 제공



■ AI 스탠더드, 한국이 만들자 - (7) 인공지능과 예술의 만남

송예슬 뉴욕대 교수 인터뷰

생성AI가 글·그림·음악·영화 등
인간 고유 영역인 ‘예술’ 접근해
다시 ‘예술이란 무엇인가’ 질문

그럴듯한 AI 창작물 주목받지만
콘텍스트나 관계성 형성 힘들어

거품 꺼진 뒤 장기적 과제 위해
첨예한 관찰·비판적 대화 필요

예술가의 손에서 기술과의 통섭
예술로 변모하지 않을 기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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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무엇’을 탐구해 불가능한 것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연구소라면, 예술은 ‘왜’ ‘어떻게’를 탐구해 과학기술을 사회와 잇고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인문학적 연구소로, 둘 간의 협력은 인류에게 필요조건이다.”

과학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뉴 아트’의 개척자인 송예슬(사진) 뉴욕대(NYU) 교수는 25일 문화일보와의 단독 영상 인터뷰에서 “과학과 예술은 진실을 추구하고, 동시대 사회가 돌아볼 여력이 없거나 상상할 수 없는 어젠다를 탐구하는 미래 연구소라는 점에서 비전을 공유한다”며 양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송 교수는 연세대에서 문헌정보학과 디자인을 복수전공하면서 처음부터 융합 공부로 시작해 미디어아트 작가로서 직접 예술 창작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NYU 티시 예술대학 ‘쌍방향 원격소통 프로그램/쌍방향 미디어아트(ITP/IMA)’ 학과에서 조교수로 교육에도 몸담고 있다.

◇인공지능(AI) 창작물에는 ‘오리지널리티’가 없다 = 생성 AI가 글·그림·사진·영화·음악 등 인간의 마지막 보루이자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예술을 강타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는 파업을 벌였고, 광고 카피라이터와 그래픽디자이너는 일시적 실업자로 전락했다. 송 교수는 “‘예술이 무엇인가’란 질문을 다시 하게 만드는 사태”라며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오리지널리티, 즉 고유성·독창성·콘텍스트(맥락)”라고 정의했다. 예술가의 일대기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창작 과정이 사회적 환경이나 다른 예술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등의 관계성이 작품에는 필수다.

그러나 챗GPT 등 생성 AI 도구는 많은 사람이 만들어온 텍스트·그림·소리 등 빅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일반화하거나 조합해 결과물을 만든다. 들인 노력에 비해 그럴듯해 보여 주목받을 순 있지만 오리지널리티, 즉 정신이 없다. AI 창작은 편리한 반면, 창작자의 삶이나 신체·정신이 창작물에 개입하는 과정을 배제하거나 제한해 콘텍스트와 관계성이 형성되기 힘들다. 송 교수는 “AI는 망치나 냄비 같은 도구”라며 “지금은 이 도구의 새로움 자체에 빠져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이걸 어떻게 사용할지, 혹은 잠식될지는 우리의 몫”이라고 단언했다.

◇AI 예술의 한계와 단점도 보완해야 = 송 교수는 “손쉬운 도구의 등장이 AI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나 진정한 이해를 방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쓰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도 모르면서 스타일로만 사용하거나, AI에 내재한 편향(인종·성차별 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자세를 잘못된 창작의 예로 들었다. 또 AI를 작동하는 데 드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의 환경 문제, 창작·예술 문화 공동체에 초래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AI가 주는 편리함에 취해 피상적 결과물에만 치중하고 창작 과정의 가치를 잊거나 창의성과 생각 능력을 개발하지 않는 수련생, 충분한 사고와 수련 없이 껍질만 창작자·예술가인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AI 트렌드가 얼마나 지속될지, 거품이 꺼지고 난 후 어떤 형태로 창작과 예술계에서 자리를 잡아야 할지 등의 장기적 과제를 위해 첨예한 관찰과 비판적 대화가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예슬 교수가 뉴욕대에서 학생들과 다양한 뉴 아트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NYU 제공



◇AI는 소수가 독점한 예술을 다수에 확산시켜주는 도구 = 송 교수는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 지금 이뤄진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던 일”이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당대의 과학기술을 자신의 예술 작품에 활용하거나 예술적 발명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공헌했다는 예를 들었다. 종이와 캔버스도 과학기술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지만 현재 예술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술은 역시 디지털, 즉 1과 0으로 이루어진 컴퓨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생성 AI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에도 예술가들은 AI를 이용한, 혹은 AI에 대한 예술을 만들어왔다고 선을 그었다. 확률 모델인 마르코프 체인을 써서 문학작품을 생성하거나 머신러닝으로 이미지나 소리 인식하기, 뉴럴 네트워크로 특정 이미지 스타일을 사진에 적용하는 등의 활동을 꼽았다. 다만, 과거에는 프로그래밍과 수학·기술 지식, 고성능 컴퓨터를 갖춘 소수의 예술인만 가능했다면 현재는 배우고 사용하기 쉬운 AI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다수에 퍼졌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기술과 예술의 통섭…우주과학·재료공학도 적용 대상 = 송 교수는 가르치는 학생들이 디자인과 예술, 공학뿐 아니라 철학, 경영, 수학, 종교, 마술 등 매우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며 다른 재능과 배경을 가진 학생 간 협업을 도모함으로써 혼자서 할 수 없는 배움과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사회에 나가 누구와도 협업할 수 있는 지적·경험적 능력을 길러준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기술은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생존 능력”이라며 “인공위성 등 우주과학기술, 뇌파 분석 같은 의학기술, 신소재 재료공학 등 예술가의 손에서 예술로 변모하지 않을 기술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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