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넘어 안보까지 지평 넓어진 한·중동 관계와 미래[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0-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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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적자의 가장 큰 부분이 원유 수입인 만큼 고유가는 한국 경제의 커다란 위협 요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 고유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길을 열었다. 반세기 전 건설산업을 중심으로 이룩했던 ‘중동 신화’가 이제는 첨단산업과 방위산업 등 경제·안보·외교 전방위로 지평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방문하고 26일 귀국했다. 사우디와는 전방위 협력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카타르와는 방산과 조선에서 초대형 합의를 이뤄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156억 달러, 카타르 46억 달러 등 총 202억 달러(약 27조2300억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와 계약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과 올해 윤 대통령의 UAE 방문 등 중동 주요 3개국에서 유치한 투자액만 792억 달러(약 106조8000억 원)를 넘는다.

카타르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6개월치 물량인 LNG선 17척(약 5조2000억 원)을 수주했는데, 그 분야 단일 계약으로 사상 최대다. 한국 조선산업의 압도적 경쟁력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사우디와는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한 것이 돋보인다.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24일 윤 대통령이 머물던 영빈관을 방문,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 옆자리에 윤 대통령을 태우고 “다음에는 사우디에서 생산하는 현대의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얘기도 했다. 공동성명을 통해 ‘전략 파트너십 위원회’를 설립해 건설 인프라는 물론 방산, 전기차, 디지털, 의료 등 전방위적 협력을 하기로 했다.

방산 협력 강화도 큰 의미를 갖는다. 무기 수출을 넘어 ‘보이지 않는 동맹’ 효과도 갖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카타르 방산 사업에 천궁-Ⅱ와 같은 K-방산이 참여할 길이 열렸다. 중동의 맹주, 걸프협력회의(GCC) 좌장이라는 사우디 위상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친분은 글로벌 외교력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훼손되긴 했지만, 한국은 약속을 지키는 나라라는 신뢰를 되살린다면 ‘제2의 중동 붐’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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