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도·소송 일삼은 남편 위자료 2억 내야”

  • 문화일보
  • 입력 2023-10-27 15:07
  • 업데이트 2023-10-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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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위자료=3000만원’은 공식?
法 “배우자의 외도·소송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고려해야”



외도를 일삼고 부인을 상대로 다수의 소송을 제기한 남편에게 위자료 2억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가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법조계에선 해당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형화된 위자료 산정 기준 금액을 물가 상승에 맞춰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A 씨가 전 남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 씨는 A 씨에게 2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의 혼인 파탄에 대한 주된 책임은 B 씨에게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A 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다”며 “B 씨는 A 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A 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십여 년 동안 다수의 여성과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한 B 씨의 일방적인 이혼 청구에 의해 A 씨가 원하지 않은 이혼을 하게 됐다”며 “이 경우 유책 배우자가 아닌 당사자가 받게 되는 정신적 고통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B 씨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A 씨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A 씨의 지원 규모가 다소간 축소되자 여러 차례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B 씨가 무리하게 제기한 민사소송 역시 A 씨에겐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A 씨와 B 씨는 1974년 혼인신고를 통해 부부가 됐다. B 씨는 2006년 A 씨를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당시 법원은 B 씨가 다른 여성과 부정한 관계를 유지한 유책 배우자란 이유로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B 씨는 2016년에 재차 이혼 소송을 걸었고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직접적 원인은 B 씨에게 있지만 혼인 기간 동안 이들 사이에 재산을 둘러싼 갈등도 상당한 원인이 됐다며 이혼을 확정했다.

이에 2021년 A 씨는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책임은 B 씨에 있다며 위자료 5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B 씨는 A 씨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위자료 금액을 대폭 상향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023년을 기준으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실무상 위자료의 액수가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다수의 재판에서 위자료는 3000만 원 내외로 정해진다.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와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의 ‘이혼 재판에 있어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의 결정에 관한 미시적 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1심 합의부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사건 중 5000만 원 이상이 인정된 비율은 6.1%였다. 그 중 1억 원을 넘는 사건은 단 3건으로 각각 1억 원, 2억 원, 3억 원이 인정됐다.

일각에선 이러한 통상적인 위자료 실무 관행을 손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를 산정하는 방식은 자동차 손해배상 청구 등에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는 기준과 유사하다. 지난 몇 년 간 교통사고 사건의 위자료 기준금액은 8000만 원(2008년)에서 1억 원(2015년)으로 1.6배 이상 오른 반면 이혼 사건의 위자료 산술 평균은 2288만 원(2006년)에서 2416만 원(2015년)으로 올라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또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는 반면, 이혼 사건에선 유책 배우자의 고의적인 유책 행위(외도 등)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통을 보상할 수 있는 전보적 차원에서 위자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지수 법무법인 린 웰스매니지먼트 팀 변호사는 “현재 3000만 원 선이 이혼 소송에서의 위자료 기준으로 생각되어 왔는데, 이는 결혼 생활 파탄 책임자의 귀책 사유에 대한 비용이나 책임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과소한 면이 있었다”며 “물가상승에 따라 부부가 이혼할 때 나눠 갖는 재산 분할 액수가 위자료 가액보다 수십 배에 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몇 천만 원의 위자료는 유책 행위를 억지하는 효과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현웅 기자
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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