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노린 ‘李 수사 검사 탄핵’ 발의, 헌법 농단이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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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공직자의 탄핵을 소추할 수 있다(헌법 제65조). 그러나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고, 탄핵은 파면을 의미하므로 위반 정도가 매우 중대하고 구체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헌법 총강(제7조)에서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더더욱 탄핵소추가 정파적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9일 발의해 본회의 보고까지 마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런 기본 원칙에서 현저히 일탈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마찬가지다. 이 차장검사는 대북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사건 수사를 지휘한다. 탄핵소추안 의결만으로 검사 권한이 정지된다는 점에서 이런 수사를 방해하는 결과도 초래한다. 민주당의 ‘탄핵소추 사유’를 보면, 직무 집행과 관련된 내용은 범죄기록 수사기록 무단 열람 등 추상적인 내용이고, 구체적인 것은 스키장 리조트 이용, 김학의 재판 증인 면담,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 전입 등이다. 중대하고 구체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탄핵과 민형사상 책임을 분리한 헌법 취지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핼러윈 참사와 관련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손준성 검사의 경우,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반이 지났고,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있어 구색 맞추기 의심도 부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월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보복 탄핵, 협박 탄핵, 방탄 탄핵”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권위 있는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자가 단순히 무리한 행위를 했다고 파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그저 직무정지가 목적이라면 탄핵의 본질을 정치공세 수단으로 오남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헌법 농단이라는 취지로서 정확한 지적이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들이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철회한 뒤 재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국회법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라는 명문은 보고 자체가 곧 절차의 시작임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일사부재의 원칙’(국회법 제92조)을 위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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