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헤진 바지 잘라서 반바지 만들어 입으면 로열티 내야 하나”…‘루이비통 리폼’ 판결 비판

  • 문화일보
  • 입력 2023-11-14 08:46
  • 업데이트 2023-11-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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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올해 첫 가격 인상을 단행한 지난 6월 1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 서있다. 뉴시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루이비통 가방을 ‘리폼’해 가방이나 지갑을 제작한 것을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한 법원 판결을 두고 “무릎이 헤어진 바지 잘라서 반바지 만들어 입고 다니면 원 바지제조사에 로열티 내야 하나”라며 비판했다.

박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상표법 아니 모든 지적재산권에는 소진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처음 물건을 팔 때 그 물건에 깃든 지적재산권에 대해 로열티를 받았다면 그 물건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 그 물건이 어떻게 이용되거나 판매되든 추가 로열티를 요구할 수 없다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 때문에 여러분들이 핸드폰을 중고로 판다고 해서 핸드폰에 들어간 부품의 특허권자들에게 로열티를 떼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루이비통은 처음 가방을 만들어 팔 때 자신의 상표에 대한 가치를 포함해서 물건값을 받았고 이 가방을 산 사람이 이것을 고쳐쓴다고 해서 또 로열티를 요구할 수는 없다”며 “또는 로열티를 안 냈다고 고쳐 쓰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예 루이비통 제품이 아닌 물건에 루이비통 상표를 새롭게 붙여 이 물건이 루이비통 제품인 것으로 혼동시킬 경우에만 상표권침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최근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A 씨는 루이비통의 상표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제조해선 안 되고 루이비통에 손해배상금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2017∼2021년 고객이 건네준 루이뷔통 가방 원단을 이용해 크기, 형태, 용도가 다른 가방과 지갑을 제작했다. 리폼 제품 1개당 10만∼70만 원의 제작비를 받았다.

박 교수는 ”1심 재판부는 ‘소비자가 제품의 출처를 혼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리폼제품을 보면 원제품이 루이비통인줄 잘 알고 있는데 무슨 혼동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루이비통이 저렇게 리폼된 형태의 상품을 만드는 것으로 혼동한다는 뜻인 것 같은데 그건 상표법의 보호범위가 아니다“라며 ”루이비통에서 나오지 않은 제품이 루이비통인 것으로 보이게 해서 그 제품을 사도록 만드는 행위를 막는 것이 상표법의 목적인데 리폼 루이비통 지갑을 만들려면 순정품 루이비통을 사야 하기 때문에 루이비통 입장에서 경제적 손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런 식이라면 청바지를 일부러 색을 닳게 해서 중고로 파는 분들도 전부 원제품 청바지 회사에 로열티를 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도대체 누가 상표권침해를 했다는 것일까. 상표권은 자신의 제품이 타인의 것이라고 혼동을 줘서 물건을 팔아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막는다“며 ”리폼업자는 물건을 판 적이 없다. 고객들의 물건을 고쳐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리폼된 물건을 다시 팔아서 문제라는 뜻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박 교수는 ”대중들이 자신의 지식, 손재주, 열정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을 지적재산권이든 뭐든 각종 규제가 막아설 때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 수준인 경제양극화는 계속 방치되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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