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와 임윤찬[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3-11-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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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음악은 미지의 세계에 있는 생명체와 같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가는 과정이다. 수많은 연습과 연주, 여행, 사람들과의 만남 같은 것을 통해 생명을 계속 살리고 호흡을 불어넣는 일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저 멀리 어떤 것을 늘 추구하고, 호기심을 잃어선 안 된다. 그게 숙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미국 명문인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이번 가을 학기부터 옮긴 피아니스트 손민수(47)가 한 말이다. 그가 아끼는 한예종 제자로, 뒤따라 옮겨간 임윤찬(19)이 지난해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한 직후에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윤찬이는 내가 평소 하는 말을 지나치는 법이 없다. 말없이 듣고 피식 웃고 넘기는데, 나중에 보면 실행한다. 단테의 ‘신곡’도 그랬다.”

그런 스승을 두고, 임윤찬은 “음악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신 분으로, 제 인생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셨다”고 한다. 난해한 철학적 작품인 단테 ‘신곡’을 거의 다 외울 만큼 거듭해서 읽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밴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승 연주곡이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었다. 고난도 기교를 구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기절 곡’으로도 불리는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 경연 무대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눈물까지 훔쳤다. 결선 연주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이었다. 그 연주도 세계 음악계에서 찬사가 쏟아졌고,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가 1200만에 이르렀다. 그가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뉴욕 필하모닉의 1978년 녹음을 1000번 넘게 듣고, 피나게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그는 “나를 아티스트로 정의하긴 아직 어렵다. 후배들은 저를 롤 모델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곤 “우주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손민수 피아노 리사이틀이 오는 28일 서울 올림픽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아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을 연주한다. 임윤찬은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베토벤 교향곡 3번’ 등을 정명훈이 지휘하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관객 가슴을 벅차게 할 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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