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위에 남은 청년 과제[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11-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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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 정치부 차장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시혜적 청년 대책이 아닌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선거법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현역들은 절대 못 고칠 고질병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청년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이구동성이다. 청년 정치인들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3호 혁신안으로 발표한 당선 우세지역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 소식에 반색하기보단 혀를 찼다. 한 청년 정치인은 “혁신위의 이번 혁신안은 ‘어린이 돈가스’와 같은 처방”이라며 “매운 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애들이 먹을 게 없어 우는 아이에게 어린이용 돈가스를 시켜주고 달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이처럼 혁신안에 반기를 든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혁신위가 내주겠다는 청년 전략 지역구는 국민의힘의 우세지역인 서울 강남권과 영남지역 등이 유력하다. 청년들을 이들 지역에 보내면 당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겠지만, 지역 연고가 없는 청년들이 ‘낙하산 공천’이란 낙인이 찍힌 채 선거를 치르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집토끼’로 불리는 우세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악용하는 독약 처방이자, 청년 정치인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속 가능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제약을 두는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게 청년 정치인들의 평가다. 지난 제20대 총선에선 보수 정당 텃밭인 서울 강남을 지역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당시 선거구획정으로 선거 지형이 바뀌어 귀결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집토끼도 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선거 결과였다.

그렇다고 혁신위가 함께 제시한 당선 가능한 순번에 ‘비례대표 청년 50% 추천 의무화’ 혁신안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비례대표 제도는 다양한 직능과 세대 등 우리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자 만들어졌다. 청년 몫을 과도하게 늘리면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자질이 부족한 청년 후보들로 명단이 채워질 수 있다. 비례대표 선발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정성평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청년 정치인들은 인요한 혁신위가 메스를 들고 도려내야 할 환부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선거법이라고 말한다. 선거법상 현역들은 ‘의정 보고’라는 명목으로 4년 임기 내내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원실 소속 9명의 보좌진은 의원의 당선을 위해 지역구에 투입되는 등 선거운동에 동원된다. 이에 반해 원외 정치인은 선거 120일 전 예비후보 등록 후 사무소 개소와 홍보물 배포가 가능하다. 이때 현역은 단체문자를 무제한으로 발송할 수 있지만, 비(非)현역은 8회까지만 허용된다. 후원금도 현역은 선거 연도에 3억 원, 비현역은 1억5000만 원까지만 모금할 수 있다. 사실상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인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합리한 선거법은 1958년에 만들어진 ‘낡은 악법’이다. 현역 의원들이 절대 바꾸지 않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이자 올바른 청년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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