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우승의 나비효과[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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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체육부장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후, 오래된 기다림만큼이나 숙성돼 있던 사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LG가(家)의 대를 이은 야구 사랑이 두드러졌다. 특히,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LG 야구단을 창단한 구본무 선대회장의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 소주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롤렉스 시계는 구 선대회장이 1998년 해외 출장 중에 다음번 한국시리즈 MVP를 위해 사뒀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었다. 1994년 우승하면서 다음 우승에 대비해 일본에서 미리 공수해 왔다는 아와모리 소주는 야구팬은 물론 애주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구 선대회장의 동생으로, 2대 구단주였던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현재 LG 구단의 시스템을 만든 것으로 주목받았다. 무려 1000억 원을 투자해 경기 이천에 챔피언스파크를 건립, 선수 육성의 든든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현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아마추어 야구의 열렬한 후원자였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까지 지냈다. 구광모 회장이 이번에 총 5회의 한국시리즈 중 1, 4, 5차전을 ‘직관’하며 파도타기 응원을 한 것은 앞선 회장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에 불과하니 이쯤 되면 지극한 야구 사랑 가족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눈에 띄었다. SSG 랜더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역시 인천SSG랜더스필드를 지키며 선수들과 함께 환호했고, 통 큰 보너스를 풀었다. 한턱내는 사람도 즐거웠고, 야구팬이나 쇼핑객들도 행복했다. 내년엔 롯데 신동빈 회장이 뭔가 일을 낼 분위기다. 신 회장은 지난 13일 2024 신인 지명선수와 가족을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초청해 환영식을 열었다. 선수들은 신 회장의 배려에 각오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재계 1순위 삼성은 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예전처럼 스포츠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문제로 수년간 곤욕을 치른 이후 ‘총대 메기’를 자제하고 기본만 하는 소극적인 분위기가 읽힌다. 그래서인지 공교롭게도 삼성 스포츠단의 성적은 요즘 신통치 않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8위에 그쳤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2부 리그 강등의 기로에 처해 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9위로 하위권이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만 겨우 부활해 3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 발전에서 기업들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다. 하물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제경쟁 스포츠는 말할 것도 없다. 삼성이 스포츠 마케팅에 전력투구하던 때의 마인드가 아쉽다. 최근 고 이건희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국제빙상연맹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되며 대를 이은 IOC 위원이 탄생했다. 스포츠계나 삼성에 대단한 경사다. 극단으로만 치닫는 정치는 늘 난맥상이고, 삼겹살과 ‘소맥’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스포츠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스포츠를 통해 시름을 잊고 활력을 얻는다. LG 우승이 그걸 보여줬다. 다음은 롯데이고 삼성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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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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